남북 산림협력을 위한 회담이 22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개최됐다. 24시간 소통 창구로서뿐만 아니라 회담 장소로도 적극 활용하자는 취지로 남북이 지난달 중순 연락사무소를 개소한 이후 처음으로 열린 당국 간 회담이다. 남북은 이날 회담에서 연내 북측 10개 양묘장 현대화 사업을 추진키로 합의했다.
남북은 이날 연락사무소 3층에 있는 회담장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 35분까지 10시간 넘게진행된 산림협력 분과회담 이후 ‘북측 양묘장 현대화를 위해 도, 시, 군 양묘장 현대화 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당면하여 올해 안에 10개의 양묘장 현대화 사업을 진행한다’는 내용을 담은 공동보도문을 발표했다. 본격적인 양묘장 현대화 사업 추진에 앞서 북측 양묘장에 대한 현장 방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남북은 또 산림병해충 방제사업의 일환으로 ‘남측이 다음달 중 소나무재선충 방제에 필요한 약제를 제공하고, 이어 남북이 공동방제를 내년 3월까지 진행한다’는 데 합의했다. 아울러 산불방지 공동대응, 사방사업 등 생태계 보호 및 복원을 위한 협력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관련 토론회를 개최하는 문제에 대해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남측에서는 박종호 산림청 차장이 수석대표로, 북측에서는 김성준 국토환경보호성 산림총국 부총국장이 단장으로 각각 나왔다.
북측은 이번 회담 결과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김성준 부총국장은 이날 종결회의 모두 발언에서 “실천적이고 혁신적인 성과를 이룩해내기 위해 서로 진심어린 손을 잡고 산악같이 일떠서서 폭풍을 맞받아 나가자”면서도 “민족이 바라는 기대만큼 토론됐다고는 볼 수 없다”고 했다. 박종호 차장은 회담 이후 개성에서 남측 기자들과 만나 “북측에서 기대한 것 많았는데, 저희는 바로 추진할 수 있는 사항도 있고 논의해 가면서 해야 할 것도 있어서 북측 기대치에는 그런 것(못 미치는 것)이 좀 있었다”며 “실제 협상 과정에서 큰 이견 차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회담은 15일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평양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후속회담 일정을 확정한 이후 열린 첫 회담으로,무엇보다 지난달 14일 개소한 연락사무소에서 열리는 첫 당국 회담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산림회담을 시작으로 이달 연락사무소에서는 보건의료 분과회담과 체육회담이 줄줄이 열릴 예정이다. 이를 계기로 연락사무소는 향후 24시간 소통 창구로서의 역할뿐 아니라 판문점을 대체할 회담 장소로서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김창수 부소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개소 이후 한달 여간) 연락사무소를 안착시키는 일을 주로 했고, 현재는 어느 정도 안정화됐다”며 “오늘을 시작으로 여러 당국 회담뿐만 아니라 통일부를 통해 신청한 민간 회담도 여기(연락사무소)에서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최대한 지원하고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연락사무소 건물은 4개층으로 이뤄져 있으며, 2층과 4층에는 각각 남측과 북측 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평소 남북 간 대면 협의는 이날 회담과 마찬가지로 3층에서 이뤄지며, 상호 업무 보안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서로의 사무실을 자유롭게 방문하지는 않고 있다.
개성=공동취재단ㆍ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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