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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양승태 대법, 이규진 희생양으로 ‘꼬리자르기’ 시도 정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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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양승태 대법, 이규진 희생양으로 ‘꼬리자르기’ 시도 정황

입력
2018.10.23 04:40
수정
2018.10.23 09:33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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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양승태 전 대법원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양승태 대법원이 사법농단 의혹의 시발점인 판사 뒷조사(블랙리스트) 의혹을 덮기 위해 초기부터 조직적으로 ‘꼬리 자르기’를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포함한 ‘윗선’ 을 보호하기 위해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을 희생양으로 삼은 정황이 드러났다.

22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지난해 4월 대법원 진상조사위원회는 이 전 상임위원에게 사실상 무보직인 ‘사법연구’ 발령을 내고 직무에서 배제했다. 진상조사위가 조사결과를 발표하기 전 고영한 당시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이 전 상임위원에게 “양승태 대법원장이 퇴임하기 전 복귀를 약속했으니 잠깐 다녀와라”고 반발하는 이 전 상임위원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상임위원의 일탈 행위로 몰아 책임을 지우고, 입막음용으로 ‘복권’을 약속해 회유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같은 해 2월 법원행정처 심의관으로 발령을 받은 이탄희 판사가 국제인권법연구회의 학술대회 축소 지시 등에 반발, 사직서를 내자 판사 뒷조사 의혹이 제기됐고, 법원 측은 자체 진상조사를 실시했다. 진상조사위는 “법원행정처가 일부 사법행정권을 남용했지만,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은 실체가 없다”고 발표했다. 이 전 상임위원은 국제인권법연구회 집행부에 학술대회 축소를 위해 부당한 압박을 가했다고 진상조사위는 밝혔다. 이 전 상임위원은 진상조사위에 ‘윗선’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진상조사위 조사결과에도 의혹이 가라앉지 않자 실무책임자 의혹을 받았던 임 전 차장은 사의를 표명했다. 이번엔 박병대 전 대법관이 나섰다. 박 전 대법관은 임 전 차장에게 법관 재임용 신청 의사를 철회하라고 조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관징계법에 따르면 법관이 퇴직을 희망하면 징계 사유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 사유가 있을 땐 징계 등을 청구해야 하고, 징계를 받고 퇴직하면 대한변호사협회가 징계를 이유로 변호사 등록 신청을 거부할 수 있다. 당시 의혹의 정점에 있던 임 전 차장이 징계를 받지 않고 변호사로 개업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같은 편이라는 인식을 심어줌으로써 윗선에 대해 진술을 막는 방편을 쓴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같은 해 8월 이 전 상임위원은 감봉 4개월 처분을 받았지만 임 전 차장은 퇴직 후 변호사로 개업해 이장석 전 넥센히어로즈 대표 사건 등을 수임했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최근 이에 대한 진술을 확보하고, 구체적인 정황을 확인 중이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이 전 상임위원까지 책임을 물리고 양 전 대법원장과 대법관 등 ‘윗선’과의 연결고리인 임 전 차장부터는 보호하기로 계획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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