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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왕세자’ 지키기 총력전 나선 사우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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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왕세자’ 지키기 총력전 나선 사우디

입력
2018.10.22 17:47
수정
2018.10.22 20:5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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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자국 출신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피살됐음을 확인했지만, 국제사회는 사우디 정부의 사건 해명을 믿지 않는 분위기다. 특히 사우디의 표면상 미래 권력이자 실세 권력인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암살 작전’을 몰랐다는 ‘꼬리 자르기’ 설명에 비판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사우디 권력 대부분이 왕세자의 손 안에 들어 있는 상황에서 사우디 정부는 왕세자의 옹위에 총력을 다할 태세다.

사우디 정부는 카슈끄지가 터키 이스탄불 소재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사망(2일)한 지 2주일 이상이 지난 20일에야 “정부 관계자가 카슈끄지의 귀국을 설득하다 몸싸움이 벌어졌고, 고함치는 것을 막으려다 목이 졸려 숨졌다”며 그의 피살을 인정했다. 다만 ‘독자 행동’이라는 점을 강조, 책임 논란이 왕실로 번지는 것을 막으려 애썼다.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 외무장관은 21일(현지시간) 미국 폭스뉴스에 직접 출연해 “카슈끄지의 피살과 관련된 이들은 권한 밖 일을 했다”라며 “이들 가운데 누구도 왕세자와 가깝지 않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구 국가들은 납득하지 않는 분위기다. 영국, 프랑스, 독일 3국 정부는 이날 공동 성명에서 “사우디 조사에서 제기된 가설을 넘어서 사실에 기반을 둔 신뢰할 수 있는 해명이 급히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카슈끄지 사건 이후 기세가 등등한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도 사우디 발표에 우회적인 불만을 드러내며 “적나라한 진실이 낱낱이 공개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같은 날 터키 일간지 예니사파크는 카슈끄지가 사망 직전 모하메드 왕세자와 통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고 중동 전문 매체 미들이스트아이도 터키 당국을 인용해 카슈끄지의 시신 일부가 모하메드 왕세자의 개인 비행기에 실려 사우디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중동 정책의 상당 부분을 사우디에 의존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고민에 빠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초 사우디의 해명이 “신뢰할 만하다”고 말했지만, 20일 워싱턴포스트와의 전화 인터뷰에서는 “분명히 속임수와 거짓말이 있었다”라며 사우디의 발표를 완전히 신뢰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미 의회 분위기도 흉흉하다. 공화당 소속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은 CNN방송에 출연해 “(왕세자의 개입이) 사실로 확인되면 국제사회의 공동 제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이 모하메드 왕세자의 실책으로 비쳐지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살만 국왕이 다시 친정(親政)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 그러나 살만 국왕은 모하메드 왕세자에게 정보부 개혁 책임을 맡기면서 사실상 재신임 조치를 내렸다. 뉴욕타임스(NYT)는 사우디 왕가에서 모하메드 왕세자를 견제하려는 시도가 없지는 않지만, 왕세자 측 ‘인의 장막’ 때문에 왕가의 어른들도 이미 살만 국왕에게 직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올해 83세 고령인 살만 국왕이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모하메드 왕세자가 이미 지난해 ‘리츠칼튼 호텔 사건’으로 부패 의혹이 있는 왕자들을 대거 체포하는 등 권력 집중 행보를 이어 온 탓에 현재는 선뜻 반란에 나설 왕자도 존재하지 않는다. NYT 보도에 따르면 직전 왕세자인 모하메드 빈 나예프는 여전히 가택연금 상태이고, 살만 국왕의 이복형인 압둘라 전 국왕의 자녀들도 대부분 무력화됐다. 국왕의 동복 동생인 아흐메드 왕자도 예멘 전쟁을 비판하는 발언을 한 사실이 공개된 후 영국 런던에서 ‘자발적 추방’ 상태에 놓여 있다.

피살된 카슈끄지도 사우디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는 발언을 남겼다. 그는 사망 3일 전 진행한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비공개를 전제로 “내 지인 중 정부를 비판하지 않은 이들도 잡혀 가고 있다. 저녁 행사에서 사소한 말만 이상하게 해도 주변의 고발로 붙잡혀 간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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