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민 중국 주재 대사는 중국의 한반도 종전선언 참여가 적절하다고 밝혔다. 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연내 방한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노 대사는 22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주중대사관 국정감사에서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체제 전환 논의 과정에서 북미 간 힘겨루기의 한 축인 종전선언과 관련해 “주중대사의 입장에서 중국의 종전선언 참여가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이 종전선언에 당사국으로 참여하겠다는 공식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종전선언에 참여해 역할을 하고 싶다는 기대와 희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말했다. 노 대사는 다만 중국의 종전선언 참여에 대한 미국의 입장에 대해선 본인이 언급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덧붙였다.
노 대사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의구심을 제기한 윤상현ㆍ유기준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의에 “북한의 비핵화는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생존을 위한 유일한 길”이라며 “북한은 생존을 위해 비핵화로 갈 수밖에 없고 그것이 핵ㆍ경제 병진노선의 포기 결정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중국의 반응을 묻는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중국이 초기엔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더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의구심을 보였지만 최근엔 신뢰할 만하다고 판단하는 것을 여러 번 봤다”고 말했다.
시 주석의 연내 방북 여부와 관련, 노 대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이달 초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조만간 이뤄질 것이라고 말한 데 대한 근거를 묻는 박주선 바른미래당 의원의 질의에 “시 주석의 방북이 북중 간에 논의되고 있다는 건 비밀이 아니다”면서 “그러나 북중 간 외교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밝히기는 어렵다”고 비켜갔다.
이날 국정감사에선 북한의 비핵화 의지와 대북제재 완화 여부에 대한 여야 간 이견이 뚜렷이 표출됐다. 윤상현 한국당 의원은 국감장에 배석한 외교부 간부들에게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믿느냐”면서 “이런 상황에서 대북제재 완화는 비핵화를 무력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추미애 민주당 의원은 “북한은 지금 비(非)핵 경제를 추진하고 있고 교황까지 우리를 돕겠다는 상황”이라며 “현 시점에서 북한을 믿느냐 못 믿느냐 하는 문제를 제기하는 건 비핵화 과정에 역진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감사반장인 정양석 한국당 의원은 25일로 예정된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의 방중을 언급하며 “한반도와 중국을 둘러싼 외교 상황이 급격히 돌아가는 상황에서 공관의 적극적인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병석 민주당 의원은 “무역 분쟁을 비롯한 미중 패권전쟁의 와중에 한반도가 하나의 지렛대나 카드로 쓰일 가능성을 우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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