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차량 성능점검보험 제도가 시행과 동시에 ‘개점휴업’ 상태에 놓이게 됐다. 이해당사자들의 이견이 쉽게 좁혀지지 않아 보험상품 개발이 늦어졌기 때문이다.
22일 국토교통부와 보험업계에 따르면 25일부터 차량 성능ㆍ상태 점검업자의 보증보험(성능점검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개정 자동차관리법이 시행된다. 성능점검보험은 점검업자의 차량 점검 내용의 신뢰성을 보장하는 보험상품이다. 일부 성능점검업자가 중고차 매매업자와 짜고 사고 차량을 무사고로 둔갑시키는 등 폐단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로, 지난해 10월 관련 근거를 담은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현재 중고차 매매업자는 거래 시 차량 상태를 판단하는 척도로서 ‘성능점검 기록부’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기록부를 작성할 수 있는 성능점검업자에는 △자동차검사정비연합회가 지정한 정비업체 △한국자동차진단보증협회 △기술인협회가 포함된다.
성능점검보험 제도가 시행되면 소비자는 구입한 중고차의 실제 성능이 성능점검 기록부와 다른 경우 피해보상 차원에서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성능점검업자는 작업 내용을 보증하기 위해 의무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성능점검업자 입장에서는 과거에 내지 않던 보험료를 납부해야 하기 때문에 보험 가입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올해 3월부터 정부 주도로 성능점검업계와 보험업계 간 적정 보험료율 등 협상이 진행돼 왔지만 이견이 쉽사리 좁혀지지 않았다.
최근에야 업계 간 의견이 조율되면서 제도 시행을 위한 실무적 절차인 자동차관리법 시행령 개정이 이뤄져 지난달 초 입법예고 됐다. 보험개발원은 입법예고 직후 손해율 등을 감안해 참조 순보험료율 도출 작업에 들어갔다. 참조 순보험료율이란 개별 보험사가 보험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참고하는 주요 기준이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보험료율 산출 작업이 거의 마무리돼 조만간 금융감독원에 신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의 검토가 끝나면 보험개발원은 개별 보험사들에 보험료율을 제공한다.
그러나 참조 순보험료율이 나와도 각 보험사가 상품 출시를 위한 준비 기간이 필요한 터라 의무보험이 시행되는 25일에 맞춰 보험상품이 나오긴 어렵게 됐다. 졸지에 성능점검 업자들은 의무보험 가입이 불가능해 범법자가 돼야 하는 실정이다. 개정법안에 따르면 의무보험에 가입하지 않을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국토부 관계자는 “시장이 제도 도입에 준비돼 있지 않아 보험 상품이 출시되기 전까지는 단속이나 처벌을 유예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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