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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만남 있는데 선금부터…” 성매매 빙자 사기 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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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만남 있는데 선금부터…” 성매매 빙자 사기 극성

입력
2018.10.23 04:4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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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회사원 이모(30)씨는 지난달 19일 익명으로 하는 채팅앱에서 속칭 ‘조건만남’ 사이트를 소개받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꽤나 유명한 여성들의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이씨는 사이트에 있는 카카오톡ID인 ‘A실장’과 성매매 흥정을 한 뒤 일종의 예약금인 ‘안심(이) 비용’ 10만원을 입금하라는 A씨 요구를 실행했다.

정작 만남(성매매)은 이뤄지지 않고 ‘가상계좌라 특정 액수를 맞춰야 한다’ ‘수수료를 함께 내야 한다’ ‘돈이 묶였으니 추가 송금하라’ ‘일정 금액을 맞추면 환불하겠다’ 등 추가 입금 요구들이 이어졌다. 이씨는 “하룻밤 사이 14차례나 입금하면서 800여만원을 사기 당했다”며 “성매매 하려던 게 드러나 처벌 받더라도 사기꾼을 잡아야겠다”고 최근 제 발로 경찰을 찾아왔다. 문제의 사이트는 성매매를 빙자한 사기 사이트였던 것이다.

온라인상에도 유사 피해를 호소하는 남성들이 넘쳐난다. 법률상담 사이트, 청와대 청원 게시판 등에는 성매매 빙자 금융사기 피해 사실을 토로하는 글이 하루가 멀다 하고 올라오고 있다. 사정이야 어떻든 성매매라는 불법을 저지르려 했다는 사실 자체가 있는 터라 선뜻 신고하기 어렵다는 점도 이들의 약점이다. 한 네티즌은 “채팅앱에서 조건만남 사기를 당했지만 경찰공무원 준비 중이라 문제가 될 까 봐 신고도 못한다”고 말했다.

성을 팔려던 남성이 사기 타깃이 되기도 한다. 우모(51)씨는 페이스북에서 모르는 여성으로부터 부유층 여성을 대상으로 성접대를 하면 회당 80만원을 벌 수 있다는 제안을 올 초 받았다. 소개비 15만원과 보증금 50만원을 내고 모텔로 갔지만 손님은 없었다. 돈을 돌려달라고 했지만 온갖 핑계를 대면서 추가 입금을 요구했고, 결국 1,000만원 상당 피해를 봤다. 사기인 것을 알게 된 후 우씨는 성매매를 하려던 것을 반성하며 경찰서를 찾았지만 “가장 체면도 있는데 나중에 가족에게 알려질까 봐 두렵다”고 결국 신고를 포기했다.

성매매 빙자 사이트는 포털 사이트에는 공개돼 있지 않고, 카카오톡이나 SNS를 통해 음성적으로 무차별 유포되고 있다. 채팅앱에서 익명으로 대화를 나누다가 사이트 주소 또는 카카오톡ID를 건네거나, ‘#출장안마’ 같은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사이트에 접근할 수 있는 식이다. 이 때문에 수사당국은 피해 규모를 정확히 집계하지 못하고 있다. 일선 경찰서의 한 사이버팀장은 “성매매 빙자 금융사기는 많을 땐 일주일에 3, 4건이 들어올 정도로 빈번하다”고 말했다. 성매매특별법으로 한층 음성화한 불법 성매매에 편승해 사기까지 극성을 부리고 있는 셈이다.

이런 사기 피해는 보이스피싱 등 금융 사기와 달리 돈을 돌려 받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성매매라는 불법 행위를 하려다 당한 사기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따른 지급 정지나 피해금 환급 신청이 불가능하다. 경찰 관계자는 “대포통장, 대포폰 등이 이용되는 범죄라 범인 검거가 쉽지 않고 잡더라도 피해 보상은 별개”라며 “애초 불법 성매매를 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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