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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경의 무비시크릿] '스타 이즈 본',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현명한 일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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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경의 무비시크릿] '스타 이즈 본',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현명한 일격

입력
2018.10.22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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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타 이즈 본’ 스틸
영화 ‘스타 이즈 본’ 스틸

영화 '스타 이즈 본'을 관람하기 전까지 한 번도 팝스타 레이디 가가를 예쁘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그저 독특하고 때로는 기괴한(?) 패션과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실력파 가수로만 인지하고 있었다.

당초 '스타 이즈 본'의 여주인공은 비욘세가 유력했다. 하지만 메가폰이 클린트 이스트우드에서 브래들리 쿠퍼로 넘어가면서, 주연배우도 레이디 가가로 변경됐다. 만약 비욘세가 주연으로 나섰다면 지금과 확연히 다른 분위기의 영화로 탄생했을 것이다.

레이디 가가는 '스타 이즈 본'에서 실력은 있지만 외모가 받쳐주지 않아 가수의 꿈을 가슴 한 켠에 묻고 사는 앨리로 등장한다. 사람들은 "코가 너무 크다"며 그의 외모를 가차없이 깎아 내린다. 현실에 부딪힌 앨리는 꿈을 반 포기한 상태나 다름없다.

잭슨 메인(브래들리 쿠퍼)은 우연히 들른 게이바에서 공연하는 앨리의 모습에 한눈에 반한다. 엄밀히 말하면, 외모에 반한 것이 아니라 실력에 반했다. 폭발적 성량과 매력적인 음색, 뇌쇄적 몸짓을 지닌 앨리는 술에 취해있던 잭슨의 정신을 번쩍 들게 할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이후 두 사람은 대기실에서 만나게 되고, 밖으로 나와 많은 대화를 나눈다.

영화 ‘스타 이즈 본’ 스틸
영화 ‘스타 이즈 본’ 스틸

유명스타인 잭슨은 알코올 중독에 청력을 잃어가는 상황. 화려한 무대 뒤에서 밀려오는 공허함을 술로 달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앨리는 그런 잭슨에게 무척이나 신선하고 자극적인 존재다. 그는 즉흥적으로 자신이 쓴 노래를 불러주며 기댈 곳 없는 잭슨의 마음을 달래준다. 단숨에 앨리의 재능을 알아본 잭슨은 공연에 앨리를 초대하고, 그렇게 두 사람은 첫 합동 무대를 갖게 된다.

잭슨과 앨리는 좋은 에너지를 주고받으며 음악적 교감을 나눈다. 유명세를 타고 난 뒤에도 앨리는 잭슨의 무대에서 진한 화장을 하거나 애써 차려입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오로지 실력으로만 승부한다. 그리고 잭슨은 앨리의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누구보다 사랑해준다.

앨리가 유명 제작자에게 스카우트 되고 난 뒤, 녹음과정에서 애를 먹자 잭슨은 녹음실로 피아노를 옮겨주며 앨리의 최상의 목소리를 이끌어낸다. 든든한 조력자로의 역할을 고민하지 않는 잭슨의 모습이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그러나 음반사의 짜여진 시스템 속에서 앨리는 변할 수밖에 없다. 진한 화장과 염색, 번쩍이는 의상을 걸치고 화려한 안무를 선보이며 팝스타로 성장해간다. 탁월한 싱어송라이터였던 본연의 모습은 점차 지워지고, 잭슨은 안타까워한다. 알콜과 약물 중독 증세가 더 심해진 잭슨은 앨리에게 "너의 노래를 해야 한다"고 조언하지만, 더 높은 곳을 향한 앨리의 야망 앞에 잭슨의 조언은 연기처럼 사라진다.

영화 ‘스타 이즈 본’ 스틸
영화 ‘스타 이즈 본’ 스틸

삐걱거리던 두 사람은 결국 서로 정반대의 길을 가게 된다. 여자의 성장과 남자의 쇠락, 그럼에도 사랑으로 묶여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진부하고 뻔한 스토리일지언정, 진심을 담은 노래들과 배우들의 혼을 담은 연기가 관객들의 극찬을 이끌어내기 충분하다.

무엇보다 '스타 이즈 본'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건, 무대의 중심에서 탈코르셋을 외치면서도 그것이 보는 이들을 불편하게 만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단순히 짙은 화장을 걷어내라는 일차원적 메시지가 아니라, 정말 '너다운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나답게 산다는 것, 내 일에 진심을 담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고 있기에 '스타 이즈 본'은 더 긴 여운을 남긴다.

극 초반 레이디 가가의 민낯은 낯설고 어색하게 다가오지만 후반으로 향해 갈수록 그의 아름다움에 매료된다. 큰 코도, 작은 키도 치명적 매력과 실력으로 덮어버리는 모습에서 적지 않은 전율을 느끼게 된다. 스스로가 획일화된 미의 기준에 사로잡혀있었다는 것을 반성하게 만드는 지점이다.

'예쁘고 멋져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힌 사회에서 '왜 그래야 하는데?'라고 거칠게 반발하며 극단적으로 나아가는 건 외려 불편함을 조장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나다운 게 가장 멋진 것'이라는 메시지를 분명하면서도 부드럽게 전달하는 현명함을 지녔다. 누군가의 기대와 무언의 압박 속에서 본연의 모습을 잃고 방황할 때, 한번씩 꺼내보고 싶은 영화임에 틀림없다.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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