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나라에서 제각각의 이유로 대학 입학제도가 공격받고 있다. 미국 보스톤 법원에서는 15일부터 하버드대학의 입학사정이 아시아계 미국인에게 차별적이라는 소송에 관한 재판이 시작됐다. 영국에서는 데이비드 램미 하원의원이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를 가리켜 ‘견고한 특권의 성역’이라고 비난했다. 대부분 재학생이 명문 사립학교 출신이라는 이유에서다. 일본 도쿄의대는 여학생이 신입생의 30%를 넘지 않도록 여학생 응시자의 성적을 조작한 데 대해 사과했다.
각각의 사안을 차례로 살펴보자. 미국 최고 사립대학 입학생에서 아시아계 미국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미국 최고의 공립대학 입학생에서 차지하는 비율보다 현저히 낮은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공립대학에서는 입학사정에서 인종을 따지는 게 금지되기 때문이다. 2013년을 예로 들면, 하버드와 예일, 프린스턴, 브라운, 코넬, 컬럼비아대의 아시아계 미국인 입학생 비율은 전체의 14~18%였다. 반면 같은 해 주립 캘리포니아대의 양대 최고 캠퍼스인 UCLA와 UC버클리의 아시아계 미국인 입학생 비율은 32~35%였다. 이런 차이는 아시아계 미국인이 상대적으로 많은 캘리포니아주의 인구 특성만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캘리포니아주 최고 사립대학인 스탠퍼드대의 아시아계 미국인 입학생 비율은 23%로 UCLA 등에 비해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하버드와 스탠퍼드, 예일, 프린스턴, 브라운, 코넬, 컬럼비아대는 비록 사립이지만 각각 수백만 달러에 이르는 공공기금 지원을 받는다. 물론 그 지원금엔 ‘불법적’ 인종차별을 금지하는 요구가 포함돼 있다. 이번에 하버드대를 고소한 학생단체인 ‘공정 입학을 위한 학생회’는 2013년 입시에서 비슷한 성적인 경우, 아시아계 미국인은 백인에 비해 합격하기가 어려웠다는 사실을 밝힌 하버드대 자체 보고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당시 하버드대 입학사정이 오직 성적에만 의거했다면 하버드대 입학생 중 아시아계 미국인 비중은 43%에 이르렀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 그 해 비율은 19%에 불과했다. 지난 9월 미국 법무부는 하버드대가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해 불법적인 차별을 하지 않았다는 증명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법정의견서’를 발표했다.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대학은 이튼스쿨 같은 사립학교 출신들을 지나치게 많이 뽑아 오랫동안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해만도 옥스퍼드대는 영국 내 841개 공립학교 출신 신입생보다 더 많은 신입생을 12개 사립학교 출신들로 선발했다는 점을 시인했다. 불평등도가 아주 높은 사회에서 정부 지원을 받는 우수 대학들은 계층 이동을 촉진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입시에서 사립명문교를 졸업한 학생들과 같은 점수를 받았던 취약 학교 출신 학생들이 대학 입학 후엔 명문교 출신 학생들을 추월해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경우를 감안하면 우수 대학들은 학생 선발에서 교육적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계층 이동을 촉진할 수 있다.
우수 대학들이 계층이동을 촉진하기 위해 당장은 다른 응시학생에 비해 학업성취도가 낮을 것으로 보이는 취약 학교 졸업생들을 선발하려면 대학의 입학사정제도를 유연하게 적용해 다양한 전형을 시도해야 하겠지만, 그게 교육적 가치를 훼손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은 아닐 것이다.
도쿄의대의 여학생 응시자 성적조작은 다른 얘기다. 그건 너무나 노골적인 사기이기 때문이다. 도쿄의대는 조작의 배경을 “의대 학부를 마친 많은 여학생들이 출산과 자녀양육 등의 이유로 이후 수련과정을 중단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여성 의사의 요구에 맞춰 병원, 또는 기타 의료기관에서의 수련과정이 개선돼야 한다는 인식에도 불구하고 변화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일본의 여성 의사 비중은 20%인데, 그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인 동시에 OECD 평균인 46%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놀랍게도 미국 대학들 역시 여학생을 차별한다. 미국 대학들은 우수한 응시자 중에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많기 때문에 캠퍼스의 ‘성비를 맞추기 위해’ 여학생들보다 덜 우수한 남학생들을 선발한다고 인정한다.
대입 전형의 가장 분명한 기준은 학업능력이다. 계층이동이나 학생 공동체의 다양성 요구처럼 학업능력 기준에서 벗어나는 요소들은 분명히 규정되고 투명하고 공정하게 적용돼야 한다. 하버드대는 입학 응시생들에 대한 주관적 인성평점이 공정하다는 것을 입증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그것이 아이비리그 대학들이 1920년대 유대인 신입생들을 제한하기 위해 시행했던 사실상의 인종별 입학 쿼터제가 아니라는 사실도 밝혀야 한다.
다른 한 편으로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는 사립학교 출신 학생들의 시험성적을 감산함으로써 최고의 학업능력을 갖춘 학생들을 뽑을 수 있는 확고한 기반을 갖추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일본에선 의료혜택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여학생들에게 의사가 될 기회뿐 아니라, 수련과정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최선의 방안이 무엇일지에 대해 모두가 참여하는 열린 토론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피터 싱어 미국 프린스턴대 생명윤리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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