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평균 DSR 축소 비상
고소득 우량고객 위주로 재조정할 듯
정부가 가계부채 규제 최종판인 총체적상환비율(DSR) 규제를 이달 말부터 시행하기로 하면서 당장 소득이 적은 저소득층이나 청년층, 소득이 들쭉날쭉한 자영업자들의 은행 문턱이 크게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21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가계신용(모든 가계부채) 증가율은 7.6%로 2015년 1분기(7.4%)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정부는 올해 가계빚 증가율이 7%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 본다. 지난해 가계빚 증가율(8.1%)과 견주면 대략 1%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정부는 앞으로 3년간 대출규제 강도를 차츰 올려 2021년 말까지 가계빚 증가율을 5% 초중반대로 떨어뜨릴 계획이다. 은행들로선 가계대출을 지금보다 훨씬 덜 내줘야 이 비율을 맞출 수 있다.
가계빚 증가율을 줄이기 위한 핵심 도구가 이번에 도입된 DSR다. 정부는 DSR 70% 이상을 고(高)DSR로 설정하고 해당 대출이 은행 총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2021년까지 시중은행 평균 DSR를 40%로 낮추기로 했다. 지난 6월 말 기준 시중은행 평균 DSR는 52%다. 다만 6월에 나간 신규 대출을 기준으로 하면 이 수치는 72%로 높다. 이는 은행들이 무분별하게 대출을 내줘서라기보다는 지금은 주택담보대출 외 다른 가계대출엔 별다른 규제가 적용되지 않아 주택대출을 받은 차주가 추가로 가계대출을 받는 데 제약이 없기 때문이다.
당장 은행들은 평균 DSR를 떨어뜨리는 데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시중은행은 전체 가계대출의 15%까지는 DSR 70% 초과 대출을 내줄 수 있다. DSR이 높은 고객 중엔 대출은 많지만 소득도 그만큼 높은 우량고객이 다수 포함돼 있어 가급적 고 DSR 대출 비율을 한도에 꽉 차게 늘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은행권 분위기다.
이런 조건에서 은행들이 평균 DSR을 떨어뜨리려면 DSR은 높지 않지만 상환능력이 낮은 고객에 대한 대출을 줄여야 하는데, 이 경우 소득이 낮은 저소득층, 청년층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소득증빙이 어려운 자영업자 역시 타격이 불가피하다. 물론 정부는 사잇돌대출과 같은 서민전용상품엔 DSR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이런 대출은 한도가 1,000만원 안팎인 생활자금용이라 필요 자금을 충당하기엔 충분치 않은 수준이다. 더구나 사잇돌대출을 받은 이가 주택대출을 받을 땐 DSR가 적용된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앞으로 은행들이 평균 DSR를 떨어뜨려야 하는 만큼 이 과정에서 소득이 적거나 신용대출이 많은 자영업자들은 이전보다 한도가 줄어들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소득이 높은 고액 연봉자는 이전보다 대출 환경이 더 좋아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 은행 대출을 내기가 이전보다 훨씬 어려워지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DSR이 높다는 것 자체가 차주로서 경쟁력이 될 것이란 분석까지 나온다. 금융위 관계자는 “소득이 받쳐주면 DSR 200% 대출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kdw1280@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