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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되살아나는 불사조 ‘게임 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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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되살아나는 불사조 ‘게임 IP’

입력
2018.10.20 14:00
수정
2018.10.24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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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마블이 '리니지Ⅱ:레볼루션'에 이어 또 한번 혁명을 예고한 '블레이드 & 소울 레볼루션'. 넷마블 제공
넷마블이 '리니지Ⅱ:레볼루션'에 이어 또 한번 혁명을 예고한 '블레이드 & 소울 레볼루션'. 넷마블 제공

‘잘 키운 지식재산권(IP) 하나가 기업을 먹여 살린다’는 말이 제대로 들어맞는 분야가 게임이다. 한번 히트한 게임의 위력이 수십 년간 이어진다는 것은 모바일로 재탄생한 ‘리니지Ⅱ:레볼루션’과 ‘리니지M’이 확실히 입증했다.

게임사들이 앞다퉈 전설적인 IP들을 꺼내 들고 있다. 새로운 전장은 PC가 아닌 모바일이다. 검증된 IP로 사업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지만, 안전한 길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국내 게임산업의 ‘그림자’도 짙어지고 있다.

2016년 말 PC용 리니지2를 모바일로 업그레이드한 리니지Ⅱ:레볼루션을 출시한 넷마블은 오는 12월 6일 ‘블레이드 & 소울(이하 블소) 레볼루션’을 선보인다. 2012년 6월 국내에 서비스된 PC용 게임 블소는 무협 컨셉트의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다. 블소 레볼루션은 넷마블이 약 2년 만에 선보이는 대작 게임으로, 100억원대 개발비가 투입됐다.

블소 IP는 리니지와 마찬가지로 엔씨소프트가 보유했다. 2015년 넷마블은 지분제휴를 통해 엔씨소프트 PC게임의 IP를 활용하고 있다. 넷마블은 리니지Ⅱ:레볼루션의 성공을 재현하려는 듯 블소 옆에 이번에도 ‘레볼루션’을 붙였다. 엔씨소트프 역시 블소 후속편 격인 모바일 게임을 준비 중이라 양사는 모바일용 리니지에 이어 블소로 다시 맞붙게 됐다.

1996년 출시된 PC 게임 '바람의 나라'는 23년 만인 내년에 모바일용 '바람의 나라:연'으로 돌아온다. 넥슨
1996년 출시된 PC 게임 '바람의 나라'는 23년 만인 내년에 모바일용 '바람의 나라:연'으로 돌아온다. 넥슨

넥슨은 1996년 선보인 PC용 MMORPG ‘바람의 나라’를 모바일 ‘바람의 나라:연’으로 부활시킨다. ‘연’은 원작 만화 여주인공 이름이자 온라인 게임에서 가장 접속자가 많은 서버 명칭이다. 제목부터 원작 게임을 사랑한 유저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넥슨은 원작 특유의 조작감과 전투 묘미를 구현해 안드로이드OS와 애플 iOS 버전으로 내년에 바람의 나라:연을 출시한다.

2003년작 PC게임 ‘메이플스토리’를 2016년 10월 모바일용 ‘메이플스토리M’으로 재해석해 성공한 넥슨은 내년에 ‘마비노기 모바일’도 내놓을 예정이다. 마비노기는 2004년부터 서비스된 PC용 인기 MMORPG다.

카카오게임즈가 오는 25일 출시하는 모바일 전략 RPG ‘창세기전:안타리아의 전쟁’도 지난 20년간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한 PC게임 ‘창세기전’ IP가 기반이다.

2002년 출시된 ‘다크에덴’은 모바일용 ‘다크에덴M’으로 돌아온다. 뱀파이어가 등장하는 호러 테마의 MMORPG 다크에덴 역시 마니아를 열광시켰던 PC게임이다

모바일 게임으로 재탄생해 사전예약 중인 '다크에덴M'. 인터넷 공식카페 캡처.
모바일 게임으로 재탄생해 사전예약 중인 '다크에덴M'. 인터넷 공식카페 캡처.

부활한 IP의 인기는 뜨겁다. 리니지Ⅱ:레볼루션으로 국내외에서 흥행돌풍을 일으킨 넷마블은 지난해 연 매출 2조4,248억원을 기록했다. 2015년 매출 1조원을 달성한 지 불과 2년 만에 2조원 시대를 열었고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됐다.

출시가 임박한 신작 모바일 게임들도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창세기전:안타리아의 전쟁은 이달 2일 사전예약 시작 이후 6일 만에 100만명을 돌파했고, 블소 모바일은 지난 11일 오픈한 캐릭터명 선점 이벤트 서버 50개가 4일 만에 마감, 20개 서버가 급히 추가됐다.

각각의 게임들 완성도가 뛰어나기도 하지만, 청소년에서 중장년이 된 마니아들의 애정이 부활한 IP 게임들의 흥행 원동력으로 꼽힌다.

IP들이 모바일로 거듭나는 것은 게임산업이 PC 기반에서 모바일 기반으로 급속히 변화한 영향이 크다. 리니지가 기폭제 역할도 제대로 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 인정받은 IP를 활용하는 것은 안정적인 전략이고, 게임사들이 계속 해왔던 방식이라 새로울 게 없다”고 말했다.

오는 25일 출시되는 모바일 RPG ‘창세기전:안타리아의 전쟁’. 카카오게임즈 제공
오는 25일 출시되는 모바일 RPG ‘창세기전:안타리아의 전쟁’. 카카오게임즈 제공

반면 최근 게임업계의 사정이 IP 재활용을 부추긴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일단 한국 게임의 최대 시장이었던 중국이 꽉 막혔다. 중국에 모바일 게임을 출시하려면 정부 심사를 통과해 고유식별번호(판호)를 받아야 하는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갈등이 불거진 지난해 3월 이후 국산 게임 판호는 제로다. 주 최대 52시간 근무 도입으로 국내 게임사들의 신작 출시도 늦어지는 분위기다. 당연히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대비 감소 추세다.

지난 11일 한국게임학회 주최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산업 정책 평가 및 향후 정책방향 제시’ 토론회에서는 미지근한 정책에 대한 불만도 표출됐다. 게임학회는 “이달 3~10일 학계ㆍ업계ㆍ언론계 전문가 11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우리 게임산업 정책이 100점 만점으로 환산 시 평균 44점에 불과하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설문 응답자들은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 개선’(39.6점)과 ‘해외시장 대응’(40.2점)에 특히 낮은 점수를 줬다.

전반적으로 과감한 투자로 신규 IP를 창출하는 게 어려운 시기란 의미다. 대신 검증된 IP를 활용하면 게임의 핵심인 스토리와 캐릭터, 아이템 개발 등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 게임 퀄리티를 좌우하는 세계관에 대한 고민도 줄어든다. 개발기간과 비용이 신작 개발보다 적어 실패했을 때의 리스크도 훨씬 적다.

한국게임학회장인 위정현 중앙대 교수는 “정치적, 사회적 측면에서 국내 게임산업 환경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면서 “모험을 택하기보다 성공한 IP를 개발비용이 적게 드는 모바일 게임으로 전환하는 흐름이 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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