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물건 아무렇게나 올려줘 화났다”
형 “처벌 원치 않아… 맞은 기억 안 나”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올라와 논란을 빚은 택배기사 동생의 친형 폭행 영상에 대해, 경찰이 가해자인 동생과 피해자 형을 모두 불러 조사한 뒤 귀가시켰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지적장애가 있는 친형을 폭행한 택배기사 A(30)씨를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송치할 예정이라고 19일 밝혔다.
전날 보배드림에는 ‘택배 기사 폭행 널리 퍼트려 주세요’라는 2분27초짜리 동영상이 올라왔다. 해당 영상에는 택배회사 유니폼을 입은 젊은 남성이 택배상자를 차에 옮겨 싣던 도중 장애를 가진 것으로 보이는 다른 남성의 뺨을 때리고 배를 발로 차는 등 거칠게 폭행하는 모습이 담겼다.
영상을 본 시민들의 신고로 내사에 착수한 경찰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영상 속 피해자인 형과 가해자인 동생을 불러 조사했다. 동생은 “평소 형이 행인 상대로 담배를 빌리거나 헤헤거리는 등 이상한 행동을 많이 보였다”며 “이날은 물건을 순서대로 올라달라고 했는데 아무렇게나 올려줘서 화가 나서 그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형은 “환청이 들리고 환각도 보인다, 처벌은 원하지 않는다, 맞은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폭행이 상습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에 대해 “피의자 진술은 우발적이라고 하고 피해자 역시 맞았다는 기억이 없다고 진술을 하는 상황이라 주변 탐문수사를 통해 추가로 상습성 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피해자인 형은 당분간 형제의 이모부 집에서 기거하는 한편, 복지시설과의 연계 여부를 통해 보호 조치될 것으로 보인다.
논란이 확산되자 동생은 영상이 확산된 보배드림에 직접 사과문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장애가 있는 형에게 몇 번을 말해도 제대로 일을 하지 않아 순간 너무 화가 나서 폭력을 행사했다’고 썼다. 이어 ‘여러분들 마음 아프게 신경 쓰게 해드려서 죄송하다. (특히) 형과 어머니께 죽고 싶을 정도로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그의 지인이라는 네티즌도 댓글을 달아 ‘이 일이 형제와 노모의 생계수단이기 때문에 제발 선처해달라’고 호소했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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