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강도 방화 등 흉악범 관리 및 관련 범죄 예방을 위해 시작된 유전정보(DNA) 채취가 시국사범 등 일반 범죄자들에게 남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수시기관이 법 취지에 맞지 않게 DNA를 무차별 채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무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살인범 등의 DNA를 채취한 경우는 2013년 244명에서 지난해 32명으로 86.9% 급감했다. 아동ㆍ청소년 성범죄 사범도 1,189명에서 942명으로 20.8%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폭력사범의 DNA를 채취한 경우는 7,706명에서 1만881명으로 41.2% 급증했다. DNA를 채취한 전체 범죄자는 2013년 1만7,808명에서 2017년 2만1,216명으로 19.1% 증가했다.
DNA 채취의 근거가 되는 DNA신원확인정보이용및보호에관한법률(DNA법)은 2010년부터 시행됐다. 정부는 살인범이나 아동성폭력 등 흉악 강력범을 엄벌한다는 목적으로 이 법을 도입했다고 홍보했다. 법 제정 당시에도 국가가 개인의 생체 정보를 지나치게 수집해 남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그 우려처럼 흉악범죄가 아닌 범죄에서 DNA 채취가 증가한 것이다. 쌍용자동차 파업 근로자나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에게 DNA 채취가 이뤄져, 논란이 된 적도 있다.
이 의원은 “흉악범 잡겠다고 만든 법이 무분별한 인권침해 수단으로 악용되어서는 안 된다”며 “DNA 채취 대상 범죄의 범위를 입법 취지에 맞게 축소하는 문제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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