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째 교제 중인 소설가 배상희(임주환)와 출판사 편집자 정이나(장희진)가 있다. 상희는 5년 전 장편소설을 히트시키며 50만부를 팔았다. 그 후 이렇다 할 작품을 내놓지 못해 출판사와 편집자인 여자친구에게 면목이 없는 상황이다. 연애 전선에도 이상이 생겼다. 서로의 감정에 변화를 느낀 두 사람은 점차 이별의 길로 들어선다. 19일 방송되는 KBS2 ‘드라마스페셜- 이토록 오랜 이별’의 내용이다.
특별할 것 없는 외양이지만 내실은 꽉 차 있다. 한 회로 끝나는 단막극의 특성을 최대한 살려 캐릭터에 집중한 점이 마치 연극을 보듯 신선하다. 18일 서울 여의도 KBS별관에서 열린 ‘이토록 오랜 이별’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송민엽(33) KBS드라마국 PD는 “장편드라마와 달리 단막극은 완결된 이야기를 가졌다”며 “배우들과 작품에 대해 논의할 수 있고 여러 시도를 해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토록 오랜 이별’은 촬영 기법에 비밀이 숨어 있다. 고정된 카메라로 배우의 동선을 쫓는 대신 촬영감독이 직접 카메라를 어깨에 짊어졌다. 모든 장면을 카메라를 들고 촬영해 배우의 세밀한 표정과 감정 변화를 잡아냈다. 송 PD는 “카메라의 흔들림이 인물의 감정과 동화돼 있다고 생각했다”며 “카메라가 인물과 같이 돌아보고 움직이면서 배우의 호흡을 최대한 담아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단막극의 의미를 따지자면 연출자나 신인 작가들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는 데 있잖아요. 하지만 저는 조금 생각이 달라요. PD들이 장편드라마에 들어가는 예산 때문에 시청률이 잘 나와야 하는 등 강박이 생겨요. 그런데 단막극은 거기서 벗어나 다양성을 충족시키는 부분이 있죠. 시청자의 요구에 조금이나마 맞춰드릴 수 있잖아요.”
미니시리즈 등 장편드라마에 들어가는 제작비는 회당 3억~5억원 정도다. 이에 비해 단막극은 1억5,000만원 가량. 촬영기간도 2~3주면 끝난다. 제작비에 한계가 있다 보니 꼼꼼한 준비과정은 필수다. 송 PD는 이번 드라마를 놓고 임주환 장희진과 깊이 있는 논의를 할 수 있었다고. 그는 “두 사람의 연애 경험 등을 듣고 최대한 담아보려고 했고, 집이나 카페 등 공간에도 미묘한 감정과 분위기를 내는 데 주력했다”고 덧붙였다.
배우들도 단막극에 출연하는 마음가짐이 다르다. 출연료도 장편드라마에 비해 40~50% 깎이지만 단막극의 필요성에 동의하고 있다. 임주환은 단막극의 장점에 대해 “스토리 위주의 장편드라마와 달리 캐릭터 감정들이 주가 되면서 배우가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 더 크다”고 말했다. 장희진도 “지금까지 5~6편의 단막극에 참여했는데, 제가 원하는 배역이나 원하는 장르가 장편드라마보다 많았다”고 했다.
특히 장희진은 이번 드라마에 “여백미가 돋보인다”고 자랑했다. 그는 “사이사이 여백이 지루하거나 허전하지 않다”며 “두 주인공의 쓸쓸함과 외로움이 잘 표현돼 시청자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여백이다”고 말했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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