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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김정은 위원장 방북 초청 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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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김정은 위원장 방북 초청 수락”

입력
2018.10.18 21:11
수정
2018.10.19 00:0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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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 대통령 만난 교황 “두려워하지 말고 나아가라” 

교황청을 공식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현지시간) 바티칸 교황청을 방문, 교황 서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교황청을 공식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현지시간) 바티칸 교황청을 방문, 교황 서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교황청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예방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북 초청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에 교황은 “초청장이 오면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고, 나는 갈 수 있다”고 답했다. 교황 방북이 조기에 성사될 경우 북한의 국제사회 진입과 한반도 평화 분위기를 끌어올리는데 결정적 역할을 할 전망이다.

이탈리아ㆍ교황청을 공식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이날 바티칸시티 교황궁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약 1시간 동안 예방하는 자리에서 “지난달 평양을 방문했을 때 김 위원장에게 ‘교황께서 한반도 평화와 번영에 관심이 많다’며 교황을 만나 뵐 것을 제안했고, 김 위원장은 바로 그 자리에서 ‘교황님이 평양을 방문하시면 열렬히 환영하겠다’는 적극적 환대 의사를 밝혔다”며 김 위원장의 초청 의사를 교황에게 전달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김 위원장이 초청장을 보내도 좋겠느냐”고 물었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문 대통령께서 전한 말씀으로도 충분하나 공식 초청장을 보내주면 좋겠다. 초청장이 오면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고 나는 갈 수 있다”고 답했다. 교황은 또 “한반도에서 평화 프로세스를 추진 중인 한국 정부의 노력을 강력히 지지한다”며 “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했다.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국의 대통령이 평화의 상징인 교황에게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한 지원 역할을 요청했고, 교황은 이를 기꺼이 수락한 것이다. 교황 방북 일정과 방식 등은 북한과의 협의 절차를 거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예방 후 페이스북에 올린 ‘로마를 떠나며’ 글에서 “평화를 향한 우리의 길은 외롭지 않다”며 “교황님의 (북한) 방문은 한반도를 가른 분단의 고통을 위로하고 오랜 상처를 치유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교황청도 이날 면담이 끝난 뒤 “교황과 문 대통령이 한반도의 긴장을 극복하기 위해 모든 유용한 노력을 공동으로 해나가기로 했다”는 내용을 담은 성명을 공식 발표했다. 성명에는 문 대통령이 교황에게 전달한 김 위원장의 방북 초청 의사 수락과 관련한 직접적인 구절은 담겨 있지 않지만,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모든 계획을 발전시키겠다”고 밝힌 만큼 사실상 방북을 수락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는 평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4ㆍ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후 “정상회담의 긍정적 결과를 지지하며, 핵무기 없는 한반도를 만들기 위한 진지한 여정을 달성하고자 하는 남북한 지도자들의 용기 있는 약속에 기도로 함께 동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앞서 2000년에도김정일 당시 북한 국방위원장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평양에 초청했으나 결국 실현되지는 못했다.

문 대통령은 또 교황 취임 후인 지난 2014년 한국을 방문해 세월호 유가족 및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음성 꽃동네 주민 등 우리 사회 약자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신 데 대해 감사하다고 사의를 표했다. 이에 교황은 “당시 한국에서 미사를 집전할 때 위안부 할머니들이 맨 앞줄에 앉아있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원래 교황과의 면담 내용은 비공개가 관례이나 청와대는 사전에 교황청과 협의를 거쳐 면담 주요 내용을 공개했다.

문 대통령은 교황 예방에 이어 피에트로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과 회담을 갖고 교황 방북, 한ㆍ교황청 관계 등을 협의했다.

이에 앞서 문 대통령은 17일 성베드로대성당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를 위한 특별미사’에서 “우리는 기필코 평화를 이루고 분단을 극복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탈리아ㆍ교황청 방문을 마친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제12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가 열리는 벨기에 브뤼셀로 떠났다. 문 대통령은 19일 브뤼셀에서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프라윳 찬오차 태국 총리 등과 연쇄 정상회담도 갖는다.

로마ㆍ바티칸시티=정상원 기자 orn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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