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조정자’를 자처해온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선출된 이후 세계 평화와 화해의 메신저 역할을 해오며 한반도 문제에도 평소 큰 관심을 내비쳤다.
교황은 남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때마다 공식석상에서 한반도 평화의 메시지를 전했다. 지난 4월1일 부활절 미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예수의 씨앗이 한반도를 위한 대화의 결실로 맺어, 현 시점에 이뤄지는 대화가 지역의 조화와 평화를 증진하기를 기도한다”며 “직접적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국제사회 내에서 신뢰 관계를 증진하는 판단을 내리고 행동하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4·27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는 “한반도를 위한 대화가 결실을 보길 간절히 기원한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남북 기독교인에게도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6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교회협의회(WCC) 창립 70주년 행사에 참석해 남북 개신교 대표들을 만났다. 이홍정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북한의 강명철 조선그리스도교연맹 위원장 등에게 종교간 화합과 일치를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4년 8월 방한 때는 약자와 마음의 상처를 입은 이들을 보듬는 모습으로 한국인에게 강한 인상을 심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당시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농성을 하던 세월호 참사 유가족 김영오씨를 만나 위로했다. 당시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정상면담에서 “한국은 하나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 점이 평화의 씨로서, 이를 잘 심고 가꾸어 나가면 한반도는 점차 하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통일에 관한 기대를 드러내며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가톨릭 교회 차원의 지원을 약속했다.
이번 방북 의사 표시에 대해 국내 천주교계에도 환영을 나타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인 김희중 대교는 18일 “평창동계올림픽과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 등 한반도의 평화를 촉진하는 중요한 시기마다 교황님은 기도와 축복의 말씀으로 한민족의 만남과 대화를 지지하고 응원해 주셨다”며 “(오늘) 평화의 사도로서 양 떼를 찾아 가는 목자의 모습을 보여주신 프란치스코 교황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교황은 국제사회에서는 분쟁지역의 적대 관계를 청산하는 외교적 성과를 거둬왔다. 2015년 미국과 쿠바의 국교 정상화 과정에서 중재자로서 양국의 화해를 끌어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취임 초 미국과 쿠바의 양국 정상에게 관계 개선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고, 2015년 쿠바를 찾아가는 등 양측의 적대 관계를 해소를 위한 디딤돌을 마련했다. 2015년 미국과 쿠바는 54년 만에 국교 정상화를 공식 선언했다.
2016년 콜롬비아 정부와 반군의 반세기에 걸친 내전을 종식시키는데도 교황의 영향력이 막후에서 발휘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콜롬비아에 정부와 반군 간 평화협정을 방문 조건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프란치스코 교황은 콜롬비아를 찾아 내전의 상처를 달래고 용서와 화해의 중요성을 전파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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