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린이집 선생님들 문제 제기 잘하고 시끄럽다고 지역사회에 소문이 났다.”
“예전 원장이 새로 취업한 어린이집으로 찾아와 ‘이 교사 정말 이상한 사람’이라고 떠벌렸다.”
“갈등을 빚은 원장으로부터 내 신상정보가 드러난 사진과 함께 ‘잊지 않겠다, 두고 보자’는 메시지가 왔다.”
최근까지 각종 비위 문제를 제기하거나 원장과 갈등을 빚은 보육교사들의 항변이다. 현실적으로 감독기관인 보건복지부나 지방자치단체의 감시 여건이 제한적인 현실을 감안할 때, 가장 효과적인 비위 적발의 수단은 교사들의 내부 고발이다. 하지만 고용과 재취업 방해를 빌미로 한 은근한 협박이 계속돼 이 같은 제보조차 녹록하지 않다는 것이 현장 교사들의 토로다. 원장들의 끈끈한 연대나, 지자체 등 감독기관과의 유착관계까지 고려하면 상황은 더 열악하다.
권남표 노무사는 “감독기관의 감시는 느슨하고, 내부 제보에 대한 각종 가능성이 차단된 어린이집은 원장의 소왕국이나 다름없는 실정”이라며 “그나마 국공립 어린이집 교사들은 지자체가 감독하는 한 심각한 부당해고는 없지 않겠냐는 막연한 기대라도 있지만 더 열악한 민간, 가정 어린이집에서는 정말 심각하면 교사들이 싸울 기운도 없이 그냥 이직해버리는 경향이 크다”고 지적했다.
여타 제제의 효과 측면에서도 내부 제보의 역할은 중차대하다. 김은영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일부 황당 사례에 대한 비난 여론이 크지만, 시스템을 잘 마련해야 한다는 차원을 넘어 무조건 온갖 제재만 강화할 경우 서류 업무가 늘고 결국 피해는 아이들에게 돌아간다”며 “규제는 규제대로 촘촘하게 하되 내부적인 제보, 고발이 제대로 나올 수 있도록 자정시스템에 대한 고민을 해나가는 것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조성실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는 “현재 유치원과 어린이집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보육현장의 폐쇄성을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라며 “부모들의 경우에는 생계를 해나가며 운영위원회에 참여하기도 쉽지 않지만, 참여하더라도 ‘여기는 자문 기관이지 의결기관이 아니다’라거나 ‘회계는 보여줄 수 없다’는 말을 듣기 일쑤”라고 했다. 이어 “가장 현장에서 감각적으로 알 수 있는 교사, 부모 등의 보다 적극적 감시가 가능하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하고 이들 당사자의 의견을 정책에 적극 반영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교사들의 고용 안정을 위해서는 문재인 정부가 보육교사 등을 포함한 돌봄노동자들의 고용구조 개선을 위한 사회서비스공단 설립을 공약했지만, 서울시가 보육부문을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관련 대책은 시작 단계부터 삐걱대는 실정이다. 권 노무사는 “막대한 공적 자금이 투입되는 복지서비스의 비리를 근절하고 서비스 질을 제고하기 위한 공단 설립을 ‘민간사업자의 반발’을 이유로 중단하는 것을 납득하기 힘들다”라고 꼬집었다.
정선아 숙명여대 교수는 “학계만 놓고 보면 전면 반대한다기보다 장기요양, 장애인복지 등과 보육은 워낙 이해해야 할 기초가 달라, 이를 모두 뭉뚱그려 한 공단에서 관리하면 유아 교육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가 가능하겠냐는 우려가 나오는 분위기”라며 “보육 부문만을 위한 별도 공단을 설립하는 등 다양한 대안을 검토할 여지가 많다”고 분석했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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