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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아시시 넘는 ‘평양의 프란치스코’

입력
2018.10.18 17:00
수정
2018.10.21 13:0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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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오후 로마 바티칸 성 베드로 성당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특별미사’를 마친 뒤 한인 가톨릭 수녀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오후 로마 바티칸 성 베드로 성당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특별미사’를 마친 뒤 한인 가톨릭 수녀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님, 저를 평화의 도구로 써주소서’ 로 시작하는 ‘평화의 기도’는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1182~1226)이 젊은 시절 나병환자 모습으로 비천한 자신을 찾아온 주님을 몰라보고 불친절하게 대접했던 잘못을 회개하며 평화의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를 바친 것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다툼이 있는 곳에 용서를,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로 이어지는 이 기도는 가톨릭 신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한번쯤 보고 들으며 낭송해봤을 만큼 세계인의 사랑을 받아온 가장 유명한 기도이기도 하다.

□ 2013년 건강을 이유로 돌연 사임한 베넥딕토 16세를 이어 제 266대 로마가톨릭교회 수장으로 선출된 프란치스코 교황은 콘클라베 투표 결과가 나온 직후 옆자리 추기경이 “가난한 이들을 잊지 마십시오”라고 말하는 순간 프란치스코란 이름을 떠올렸다고 했다. 한때 기사도에 꽃혔던 성인 프란치스코는 중세의 종교간 대화에 앞장선 평화의 일꾼이기도 했다. 교황 역시 이름에 걸맞게 가난한 사람뿐 아니라 중동과 콜롬비아 등 분쟁과 갈등을 겪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갔다. 미국과 쿠바의 역사적 수교에도 그의 손길이 닿았다.

□ 가톨릭 2000년 역사에서 첫 비유럽(아르헨티나) 출신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반도 평화에도 깊은 관심을 보여온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는 4ㆍ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이틀뒤 “남북 지도자들의 용기있는 결단을 지지한다”고 했고 6ㆍ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직전에도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로운 미래를 보장하기 바란다”고 지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 남북정상회담 때 김정은 위원장에게 “한반도 평화와 번영에 관심이 많은 교황을 만나보라”고 권하고 “교황이 방북하면 열렬히 환영하겠다”는 답을 끌어낸 배경일 것이다.

□ 17일 저녁(현지시간)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특별미사’가 열렸다. 교황청이 문 대통령의 이탈리아 공식방문에 맞춰 특별히 마련한 미사다.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이 집전한 미사 참석 후 문 대통령은 기념연설을 통해 “교황 성하께서 평화를 위한 우리의 여정을 축복하고 기도로써 동행해 줬다”며 “우리 겨레에게 큰 용기와 희망을 주신 교황에게 거듭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교황을 만나 김 위원장의 방북초청 의사를 전했다. 아시시의 프란치스코가 평양의 프란치스코로 환생하는 기적을 볼 수 있을까.

이유식 논설고문 jtino5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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