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보육교사가 아동학대 의혹을 받다가 자살한 ‘김포 맘카페’ 사건을 두고 사이트 폐쇄, 관련자 처벌 등 비난 여론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익명성에 숨어 허위 정보를 남발하는 부작용이 드러난 만큼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까지 제기됐다.
앞서 11일 ‘김포맘들의 진짜 나눔’(이하 김진나) 카페에는 김포 A 어린이집의 보육교사가 원생을 밀쳤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한 카페 회원이 어린이집 이름과 해당 보육교사의 신상정보를 회원들에게 쪽지로 알렸다. 글을 본 사람들은 A 어린이집에 항의 전화를 했고, 아이의 이모는 보육교사를 찾아가 폭언을 하기도 했다.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소용없었다. 13일 보육교사는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유서에 ‘홀로 계신 어머니와 결혼을 앞둔 남자친구에게 미안하다’고 적었다.
전후 사정이 공개되자 김진나 카페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재미 삼아 신상을 털어서 사람을 자살까지 몰고 갔다’ ‘맘카페 최악의 역기능’이라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한 네티즌은 “‘맘카페에 올려서 학원을 망하게 하겠다’ ‘맘카페에 올려서 식당을 망하게 하겠다’는 이야기들을 비일비재하게 들어왔다. 이게 정상적인 온라인 집단의 행태인가”라는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교육교사 실명을 공개한 사람을 처벌해달라’ ‘맘카페를 모두 폐쇄시켜야 한다’ 등 강력한 처분을 촉구하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아동학대로 오해받던 교사가 자살했습니다’는 청원에는 18일 오전까지 10만여명이 참여했다. 이 글은 ‘아동학대가 아니었으나 신상 털기, 악성 댓글로 인해 보육교사는 목숨을 버렸다. 그런데도 해당 카페는 관련 글이 올라오면 삭제하기만 바쁘다. 보육교사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내용이다.
육아정보 교환, 공동구매를 통한 합리적인 소비 등 맘카페의 긍정적인 기능보다는 ‘김포 맘카페’ 사건과 같은 부작용이 부각되면서 규제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18일 YTN 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을 통해 “(잘못된 인터넷 정보로 인해 피해를 입었을 경우) 명예훼손 등으로 구제를 받을 수 있지만 사실 부족하다”면서 “혐오(표현)금지법이라든가 여러 가지(규제)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법이라는 것은 최종적 단계이고, 시민사회 내에서 성찰들이 있어야 한다”며 “공중도덕을 지키는 것처럼 인터넷도 공적 매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인터넷에 정보라든가 개인과 관련된 이야기를 올릴 경우 거듭 확인해서 책임을 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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