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스포츠 명가, 푸조의 308 GT가 인제스피디움을 찾았다.
이번의 서킷 방문은 '프렌치 핸들링'이라는 감성과 모터스포츠 분야에서의 혁혁한 공로, 실적을 올려왔던 푸조의 국내 포트톨리오 중 가장 즐거운 드라이비이 가능하다는 308 GT가 그 달리기 실력을 제대로 검증 받기 위함이었다.
이에 조금 더 높은 수준에서 푸조 308 GT의 주행 성능을 최대한 이끌어 낼 수 있는 카레이서, 이정훈을 찾았다. 과연 카레이서 이정훈은 푸조 308 GT를 어떻게 평가할까?
*본 기사는 녹취를 기반으로 각색되었습니다.
카레이서 이정훈
올해로 스프린트 레이스 데뷔 2년차의 이정훈은 독일의 프리미엄 오토모티브 필름(자동차 썬팅 등) 브랜드인 '하버캠프'의 국내 사업을 책임지는 사업가이자 국내 아마추어 레이스의 한 축인 엑스타 슈퍼챌린지의 최고 클래스, GT300 클래스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클래스 데뷔 시즌인 올해 두 번째 경기 만에 포디엄 정상에 오르는 쾌거를 누렸으며 어느새 상위권 경쟁구도의 한 축이 되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정훈은 최근 주요 자동차 브랜드들의 인스트럭터 활동도 함께 펼치고 있다.
매력적인 해치백, 푸조 308 GT
시승을 앞두고 푸조 308 GT의 모습을 살펴보았는데 무척 매력적이었습니다. 디자인이나 비례감 등 전체적인 부분에서 높은 만족감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푸조의 다카르 랠리를 위한 레이스카나 TCR 레이스카 등을 많이 살펴보았는데 그 원천부터가 매력적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날렵한 헤드라이트, 제법 스포티하게 구성된 범퍼 등으로 구성된 전면은 물론이고 고성능 모델의 감성이 돋보이는 투톤 알로이 휠의 측면, 그리고 세련되면서도 핫해치의 감성을 나타내기 위해 듀얼 머플러 팁을 적용한 후면 디자인까지 모든 부분에서 매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시트에 앉아 시트 포지션을 맞췄는데 다른 무엇보다 시트 포지션이 다소 높았지만 시트의 디자인과 홀딩 능력이 무척 우수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308 GT는 스포츠 버킷 시트가 적용되었는데 알칸타라와 가죽의 조합을 통해 감성적인 만족감과 드라이벌 홀딩 능력까지 모든 것을 구현했기 때문입니다.
이와 함께 운전자 중심의 공간 구성도 돋보입니다. RPM 미터의 바늘 방향이 반대인 것이 다소 낯설지만 스티어링 휠 아래 쪽으로 시선이 갈 필요가 없는 '헤드 업 클러스터'와 컴팩트한 크기의 스티어링 휠을 갖춘 덕에 드라이빙 시에 큰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고, 실제 주행을 하며 그 진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코스 진입과 함께 흥이 오른 주행
결론부터 말하자면 푸조 308 GT의 드라이빙은 정말 즐거운 기억이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푸조의 달리기 실력을 좋게 평가했지만 이정도로 좋을 거라는 생각은 못했던 만큼 더욱 만족했습니다. 출력이 높지 않고, 또 가솔린 엔진이 아니더라도 서킷에서 이렇게 즐겁고, 경쾌하게 달릴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해치백이라고 한다면 폭스바겐 골프를 먼저 떠올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 주행을 경험하면서 저는 푸조 308을 먼저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정도로 푸조 308 GT가 제시하는 즐거움과 주행의 가치는 정말 놀라운 수준이었습니다.
180마력의 디젤 엔진도 충분한 308 GT
드라이버 입장에서 출력을 떠나 응답성이 낮고 출력 전개가 거친 디젤 엔진과 함께 서킷을 타는 건 그리 매력적인 일은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푸조 308 GT에 탑재된 블루 HDi 2.0L 디젤 엔진은 디젤 엔진으로서는 상당한 수준의 응답성을 과시하며 드라이빙의 만족도를 견인합니다. 물론 페달 끝으로 전해지는 진동은 어쩔 수 없는 사실입니다.
디젤 엔진이 내는 40.8kg.m의 토크는 인제스피디움의 언덕을 오르기에 풍부한 출력은 아니지만 컴팩트한 해치백이 달릴 수 있는 충분한 힘을 제공합니다. 앞서 말한 우수한 응답성 덕분에 연이은 코너에서도 충분한 가속을 계속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제 몫을 다하는 EAT 6단 자동 변속기
푸조 308 GT의 블루HDi 디젤 엔진은 6단 자동 변속기와 호흡을 맞춥니다. 이 변속기는 토크 컨버터 방식의 변속기로 아주 날카롭거나 스포티한 감성의 변속을 선사하는 건 아니지만 서킷 주행에도 부족함 없는 모습입니다.
다만 패들 시프트의 조작감이 다소 저렴한 부분과 패들 시프트가 스티어링 휠이 아닌 칼럼 부분에 고정되어 있는 방식이라 상황에 따라서는 기어 시프트 레버를 조작하여 변속을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고 빠른 순간이 있었습니다.
부드러운 셋업이 만드는 뛰어난 드라이빙
푸조 308 GT의 움직임은 여느 해치백들과 사뭇 다릅니다. 가장 큰 것이 바로 차량의 움직임이 '부드럽다'는 것 입니다. 흔히 서킷을 달리는 차량이라고 한다면 자연스럽게 단단한 하체가 연상되지만 푸조는 차체는 탄탄하고 견고하지만 또 부드러운 하체를 통해 완성도 높은 드라이빙을 선사합니다.
이러한 셋업 덕분에 코너 공략에 있어서 연석에 대한 활용도가 높아집니다. 부드럽게 연석을 타고 오른 후 안정감이 돋보이는 리펌를 통해 노면에 대한 접지력을 꾸준히 가져가며 차량이 가진 출력을 충분히 활용하는 주행을 할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스티어링 휠의 조향과 그에 대한 움직임도 인상적입니다.
컴팩트한 스티어링 휠을 조향하면 차량이 경쾌하게 돌아가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그 때의 감성이 후륜을 끌고 가는 것 같은 감성을 제시하는 여느 전륜구동 차량들보다 더욱 유연하고 매끄럽게 표현되고 또, 실제로도 그런 움직임을 갖춘 덕에 코너링의 완성도와 즐거움을 더욱 강조합니다.
이와 함께 스티어링 휠에 대한 피드백도 상당히 직관적이고 그 표현이 풍부합니다. 괜히 프렌치 핸들링이라는 표현이 있는게 아니라는 걸 이번 기회에 정말 제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기대 이상의 제동 성능
한편 코스에 진입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불안했던 게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제동 성능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고출력 차량들이야 기본적으로 우수한 품질, 뛰어난 내구성을 가진 브레이스 시스템을 적용하지만 푸조 308 GT가 과연 그런 브레이크를 탑재하고 있을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정말 잘못된 생각이었습니다.
인제스피디움 스포츠 주행 한 세션 내내 주행을 하며 상황에 따른 최적의 제동을 실시했는데 첫 오프닝 랩부터 마지막 랩가지 제동력의 변동이나 제동 질감의 변화 등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훌륭한 완성도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그 제동력 자체도 출력을 충분히 압도하고 남는 수준이었으며 전륜의 무게가 무겁고, 또 내리막 구간에서의 급한 제동 상황이 존재하는 인제스피디움의 코스 특성까지 고려한다면 더욱 놀라운 수준이었습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즐거움
주행을 진행하던 중 센터터널에 위치한 스포츠 버튼을 깊게 눌렀습니다. 계기판의 모든 글씨가 붉게 물들며 스포츠 모드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그리고 실내를 채우는 볼륨감 넘치는 사운드가 들려왔습니다. 사실 스포츠 모드를 택한다고 하여 차량의 움직임이 확실히 변화하는 건 아니지만 시각적인 변화, 청각적인 즐거움이 더해지며 달리는 맛이 더욱 향상되어 미소가 절로 나왔습니다.
산길의 주행이 기대되는 푸조 308 GT
푸조 308 GT과 함께 인제스피디움을 달리고 난 후 머리 속에서 '산길에서 달려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볍게 무게 중심을 넘겨가며 코너를 즐긴다면 정말 즐거울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와 함께 인터넷 상의 '현대가 푸조는 잡았다'라는 늬앙스의 댓글들이 정말 푸조의 실력을 제대로 경험하고 작성한 것인지 의문이 들기도 했습니다.
운전자를 성장시킬 수 있는 푸조 308 GT
푸조 308 GT와의 주행은 짧았지만 무척 즐거웠습니다. 랩 타임에 신경쓰던 순간을 잠시 잊고 '달린다는 순수함'을 즐길 수 있어서 더욱 의미가 있었습니다. 단순히 즐거움 외에도 차량의 무게중심이나 밸런스를 기반으로 하는 드라이빙 덕분에 드라이버를 성장시킬 수 있는 차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러한 드라이빙의 매력, 가치를 갖고 있는 와중에도 뛰어난 효율성을 갖췄다는 강렬한 매력이 담겨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 차량이 왜 골프 등에 억눌려 있었는지 되려 더 의문이 들 정도였습니다.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
취재협조 - 하버캠프-원웨이 모터스포츠 이정훈 / 인제스피디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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