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량했던 아프리카 니제르의 외딴 사막 지역이 ‘노다지 열풍’으로 시끌벅적 도시로 변했다. 공권력이 제대로 미치지 않아 지하드(이슬람 성전) 그룹의 테러 위험이 도사리고 있지만, 일확천금으로 단번에 신세를 고쳐보려는 이들의 의지를 꺾기에는 역부족이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니제르 사막 지역 티치바카카텐은 없는 게 없는 ‘도시’가 됐다. 수 년 전만 하더라도 전화가 터지지 않던 곳이었다. 이제 티치바카카텐은 금을 캐러 몰려든 이들로 천막과 가건물이 빼곡히 들어섰다. WSJ는 “2년 사이 3만5,000여명이 몰려들었다”며 “상점, 식당, 병원, 술집 등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골드러시’는 2014년 티치바카카텐에서 금광이 처음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리비아와 말리에서 내전이 일어나고, 나이지리아에서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보코하람이 활개를 치는 등 이웃 국가에서 폭력 사태가 발생하면서 생계를 위협받은 이들도 대거 합류했다.
그러나 광산이 많아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 곳의 안전도 위협받고 있다. 광부들은 리비아 무장단체로부터 총을 구입해 소지하거나, 사하라 사막의 토착 유목민 투아레그족이 사용하는 단검을 소지하는 식으로 자체 무장을 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경계 활동을 벌이긴 하지만 우리가 통제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고 털어놨다. 프랑스의 민간 싱크탱크인 프랑스국제관계연구소의 매튜 페럴린은 “광산이 늘어날수록 무기 거래도 늘고 있다”며 “광산의 확대가 지역의 안보 역학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 지역은 유럽으로 가려는 아프리카 난민들의 새 통로로 부각되면서 외교적 긴장감도 감돌고 있다. 니제르 정부가 유럽연합(EU)의 압박으로 국경을 엄격히 통제하자, 타치바카카텐의 광산을 통해 몰래 타국으로 넘어가려는 이들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알제리는 2016년 니제르 이민자들이 탄 차량을 막기 위해 국경 지역에 높은 장벽을 세우기도 했다. WSJ는 “전통적인 루트는 니제르 아가데즈에서 리비아를 통해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가는 것인데, 지금은 타치바카카텐에 인접한 알제리를 통하는 것으로 대체됐다”고 설명했다.
이런 치안부재 상황 속에서도 수입이 짭짤해 이 곳으로 몰리는 인파는 줄어들지 않을 전망이다. 낙상 사고 등으로 매달 한 명 정도가 사망하지만, 잦은 사고도 이들에겐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 니제르의 대졸 교사 월급이 277달러인데 비해, 이 곳에서 바위를 부수면 462달러를 벌 수 있다. 말리 출신이라고 소개한 압둘라예는 “일이 위험하지만 고향에 있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며 “돈을 모아 안전하게 프랑스로 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유럽으로 가는 주요 길목이 막힌 것도 북부 아프리카에서 이 지역의 인기를 높일 전망이다. 니제르의 광산ㆍ채석장 관리당국 관계자는 “지금은 시작 단계의 골드러시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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