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 기준 바꿔달라고 주장하지만 전부터 느슨한 사학 규칙 적용받아

1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에서 열린 한국유치원총연합회 비상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서 이덕선 비대위원장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사립유치원에 맞지 않은 회계ㆍ감사 기준 탓에 ‘비리’라는 오명을 썼습니다.”

사립유치원 모임임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6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이면서도 비리의 근본 원인이 제도적 문제에 있다고 항변했다. 정부가 사립유치원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검토하는 것에 대해서도 “회계ㆍ감사기준이 바뀌지 않으면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이들이 말하는 ‘사립유치원에 맞는’ 회계기준은 뭘까. 이덕선 한유총 비대위원장은 17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사립유치원은 개인 재산을 교육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교육청 등 감사에서는 국ㆍ공립과 똑 같은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며 “유치원은 개인 재산이고 그걸 운영하는 것은 설립자들의 생업이기도 한데 일부 국가 보조를 받는다는 이유로 운영수입의 개인지출을 막다 보니 부작용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간자본을 투자 받아 학교를 세운 경우에도 이자를 지급하는데, 사립유치원은 개인부동산인 유치원 건물 사용료 징수조차 막는다고 주장한다. △적립금이나 차입금 허용 △기타운영비 항목 신설 △건물사용료 징수 허용 등 경영자의 재산권 인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은 사실일까.

국무조정실 부패척결추진단 유치원 실태점검 결과 그래픽=강준구 기자

우선 교육당국이 사립유치원에 국공립과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는 주장부터 사실이 아니다. 최근 사립유치원의 감사를 직접 담당한 경기도교육청 측은 “사립유치원은 이전부터 사학기관 재무ㆍ회계규칙을 적용해 감사를 진행해왔다”며 “국ㆍ공립 감사에서는 1원 한푼이라도 잘못 사용한다면 지적을 할 수 있는 반면 사학관련 규칙은 훨씬 느슨해 오히려 ‘봐주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는 실정이다”라고 말했다.

운영비 운용 등을 인정하는 회계기준이 없어서 정당한 경영 행위조차 비리로 매도됐다는 그들의 주장은 어떨까. 원아 모집이 안 되거나 교사 급여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 상황에 대비해 운영수익을 별도 이익사업에 투자하는 것 등은 인정이 돼야 한다는 게 사립유치원원장들의 줄기찬 요구. 적립금을 쌓는 게 금지돼서 운영비를 떼내서 따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인다 허더라도, 감사 적발 사례를 보면 이런 취지로 해석돼 ‘면죄부’를 줄 수 있는 경우는 드물다. 보험 성격의 대비라고 주장하지만 개인 용도로 빼돌린 것들이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서울의 한 사립유치원에서는 건물손실에 대비한다며 재산종합보험에 가입한 뒤 유치원 운영비로 매월 150만원씩 납부했는데, 이중 실제 보험료는 17만원 뿐이며 나머지는 개인 단순 적금에 쓰인 것으로 드러났다. 겉으로는 경영 목적을 내세우지만 결국엔 본인의 쌈짓돈처럼 사용하려는 의도가 다분한 셈이다.

정부가 이런 요구를 제도적으로 전혀 반영해주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 또한 사실이 아니다. 교육부는 지난해 개정된 사립학교 재무회계규칙에서 개인 유치원이 법인으로 전환하는 경우 적립금을 허용해 올해 3월부터 적용하고 있다. 2014년 ‘사립유치원 재무회계 규칙 제정 연구’를 수행한 김은설 유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유치원은 유아교육법상 ‘학교’이기 때문에 정부재정지원은 물론 학부모가 납부한 교육비도 공적으로 사용되는 게 맞다”며 “설립자 이익 보장과 회계투명성은 양립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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