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외야수 코디 벨린저(23)가 마침내 어깨를 활짝 폈다. 포스트시즌 내내 기나긴 타격 침체로 공격의 흐름을 자주 끊어 고개를 숙였지만 호수비와 끝내기 안타로 열세에 놓인 팀을 구했다.
벨린저는 17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7전4승제) 밀워키와 4차전에서 1-1로 맞선 연장 13회말 2사 2루에서 우전 안타로 2루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여 5시간15분에 걸친 혈투를 끝냈다. 2-1로 승리한 다저스는 시리즈 전적 2승2패로 다시 균형을 맞췄다.
벨린저의 극적인 반전이 일어난 하루였다. 이날 경기 전까지 벨린저는 포스트시즌 7경기에서 21타수 1안타로 부진한 탓에 4차전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방망이뿐만 아니라 수비도 문제였다. 3차전에서 밀워키 트래비스 쇼의 타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주춤하다가 3루타를 만들어줬다. 이후 선발 워커 뷸러의 폭투까지 나와 다저스는 안 줘도 될 점수를 줬다.
하지만 두 번의 실수는 없었다. 6회말 대타로 교체 출전한 벨린저는 7회초 수비 때 우익수에 자리했다. 첫 타석 때 좌익수 뜬 공에 그친 그는 8회말 두 번째 타석에서 그토록 기다렸던 포스트시즌 두 번째 안타를 생산했다. 그리고 연장으로 접어든 10회초 수비에선 밀워키 선두 타자 로렌조 케인이 날린 안타성 타구를 환상적인 다이빙 캐치로 잡아냈다. 벨린저의 ‘슈퍼 캐치’에 다저스 더그아웃 분위기도 살아났다. 자신감이 붙은 벨린저는 11회말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13회말 2사 2루 기회를 놓치지 않고 주니어 게라와 7구 승부 끝에 끝내기 안타를 터뜨렸다.
마음의 짐을 던 벨린저는 경기 후 “우리는 서로 엄청난 포옹을 했다”며 “외야에서 이렇게 다이빙 캐치로 잡아낸 것은 처음 같다”고 기뻐했다. 이어 “최근엔 중견수로 나갔지만 마이너리그 시절엔 우익수로도 많이 뛰었다”면서 “타구를 잡을 때 다이빙을 하는 순간은 마치 자전거를 타는 기분이었다”고 설명했다. 끝내기 안타를 친 상황에 대해선 “타격 후 땅볼이라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원점으로 돌아간 두 팀의 승부는 18일 같은 장소에서 5차전이 열린다. 다저스는 클레이튼 커쇼, 밀워키는 웨이드 마일리가 선발 등판한다. 다저스의 2차전 선발 투수였던 류현진은 20일 밀워키 원정에서 팀의 운명을 짊어지고 6차전을 준비한다. 앞선 경기에서 류현진은 4회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했지만 5회를 버티지 못하고 4⅓이닝 2실점으로 조기 강판했다. 6차전은 류현진에게 설욕의 기회다.
한편,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는 보스턴이 텍사스주 휴스턴 미닛메이드 파크에서 열린 휴스턴과 3차전에서 8-2로 이겼다.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팀 휴스턴의 안방에서 열린 첫 경기에서 승리한 보스턴은 2승1패로 앞서갔다. 보스턴의 9번 타자 재키 브래들리 주니어는 지난 2차전에서 만루 싹쓸이 2루타로 승리를 이끈 데 이어 3차전에서는 만루 홈런으로 쐐기포를 날리며 또 한 번 만루 사나이가 됐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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