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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부상열차 → 머니트리 → 공룡화석, 3시간 과학하고 놀아요

입력
2018.10.18 18:30
수정
2018.10.18 22:54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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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재발견 시티투어버스 2. 대전 

[저작권 한국일보]41판최종대전시티투어버스-박구원기자 /2018-10-18(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41판최종대전시티투어버스-박구원기자 /2018-10-18(한국일보)

“저기 보이는 예쁜 다리가 1993년 과학의 도시 대전을 세계에 알린 엑스포장으로 진입했던 바로 그 엑스포 다리입니다.”

13일 오전 9시 35분쯤 대전역을 떠난 시티투어버스가 유성구 도룡동 엑스포과학공원 인근에 이르자 김진희 문화해설사는 창 밖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시티투어는 토요일 오전 운행하는 과학투어다. 대전역을 출발해 국립중앙과학관과 화폐박물관, 지질박물관 등 3곳을 3시간 동안 둘러본 뒤 돌아오는 코스다.

지난 13일 국립중앙과학관 내 자기부상열차 체험관에서 대전시티투어에 나선 외국인 승객들이 한국과 일본, 독일의 자기부상열차 모형과 설명을 보고 있다.
지난 13일 국립중앙과학관 내 자기부상열차 체험관에서 대전시티투어에 나선 외국인 승객들이 한국과 일본, 독일의 자기부상열차 모형과 설명을 보고 있다.

◇대한민국 과학전시의 요람

첫 목적지인 국립중앙과학관은 국내 최대, 최고 과학관으로 상설전시관 등 일부 시설을 무료 개방한다.

과학관 입구에서 관광객들을 반긴 것은 나란히 세워진 조선 전기 위대한 과학자 장영실과 근대 과학의 선구자인 영국 아이작 뉴턴의 흉상. 그 사이로 한국항공기술의 집약체인 나로호가 보였다. 이번이 두 번째 시티투어라는 파우지야(27ㆍ여ㆍ가나)씨는 “드라마로 장영실을 알게 됐다. 정말 대단한 과학자인 것 같다”고 말했다.

관광객들은 과학관에서 빠뜨릴 수 없는 자기부상열차 탑승체험장부터 찾았다. “한국 자기부상열차 에코비는 코끼리 9마리 무게인데 1㎝ 높이로 떠서 갑니다” 유윤설 전시해설사의 설명을 들은 뒤 탄 자기부상열차는 일반 열차와 달리 10분 내내 흔들림이 거의 느껴지질 않았다.

이어 발걸음을 재촉해 찾아간 상설전시관은 자연사, 과학기술사, 기초과학, 산업기술 등을 주제로 한 전시품들로 가득했다. 지하 1층 거북선 모형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승객들 옆으로 다가온 이기봉 전시해설사는 “사람들 대부분 거북선에 먼저 관심을 보인다”고 말했다.

바로 옆에는 150여년 전 고산자 김정호(1804년~1866년 추정)가 만든 대동여지도가 있다. 이 해설사는 “길이 7m, 폭 4m 대형 지도에는 검은색 굵은 선으로 산맥을, 다닐 수 있는 길은 두 줄, 없는 길은 한 줄로 표시하는 등 매우 정밀하게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지난 13일 대전시티투어 승객들이 화폐박물관 1층과 2층 사이 계단 벽에 설치된 상평통보 문양의 대형 조형물을 바라보고 있다.
지난 13일 대전시티투어 승객들이 화폐박물관 1층과 2층 사이 계단 벽에 설치된 상평통보 문양의 대형 조형물을 바라보고 있다.

◇화폐에 관한 모든 것을 한 곳에서

과학관에서 카이스트를 경유해 10여분 만에 도착한 화폐박물관에선 입구 건물 외벽의 커다란 상평통보 조형물이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았다. 로비에선 개관 30년을 기념해 세계 각국의 화폐가 매달린 ‘머니트리(Money Tree)가 방문객들을 반겼다.

1층 주화역사관에 들어선 재미교포 3세 비비안 윤(55ㆍ여)씨와 일본계 미국인 글랜 가와사키(73)씨는 중국 금속화폐부터 고려시대 건원중보 등을 꼼꼼히 살펴봤다. 한편에선 난생 처음 보는 주화들을 카메라에 담는 사람들로 붐볐다.

2층 지폐전시관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은 것은 북한 지폐다. 김 해설사는 “북한의 지폐는 일반적으로 수준이 떨어질 것으로 생각하는데 수준이 매우 높다”며 “위조방지 기술도 상당히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지폐역사관 바로 옆 위조방지홍보관에선 위조지폐 방지를 위해 지폐 곳곳에 숨겨 둔 그림이나 문양이 있다는 사실에 승객들은 신기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13일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내 지질박물관에서 대전시티투어 승객들이 공룡 화석 모형 등을 둘러보며 전시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지난 13일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내 지질박물관에서 대전시티투어 승객들이 공룡 화석 모형 등을 둘러보며 전시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공룡부터 운석까지

과학투어 마지막 코스인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내 지질박물관에는 공룡 화석을 비롯한 다양한 화석과 암석, 광물 등 5,000여점이 전시돼 있다.

승객들은 출입문을 열자마자 줄 지어 전시된 공룡 화석을 보고 입이 쩍 벌어졌다. 해설사를 앞질러 달려간 파푸지야씨와 제이닌씨는 공룡 화석을 배경으로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하느라 분주했다.

공룡 화석을 뒤로 하고 전시관에 들어간 승객들은 지구환경 시뮬레이션 시스템인 ‘구의과학’(SOSㆍScience On a Sphere)을 통해 지구의 개관, 화석과 진화, 지질탐사 등을 살펴봤다.

2층 전시관에서 승객들의 눈길을 우선 끈 것은 운석. 철 성분이 많은 철운석부터 돌 성분이 많은 석질운석까지 모두 전시돼 있다. 김 해설사는 “운석은 로또에 당첨됐다고 할 정도로 비싸다. 지질연에 감정의뢰가 많이 들어오는데 가짜인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승객들은 이밖에 땅 속 2,000㎞ 깊이에서 올라온 맨틀포획암 등 다양한 암석과 둘러본 뒤 박물관을 나섰다.

제이닌씨는 “난 공룡을 너무 좋아한다. 오늘 투어 코스 중에 지질박물관이 가장 좋았다”고 환하게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대전시티투어 대청호 오백리길 탐방에 나선 관광객들이 호수 위로 넘어가는 낙조를 바라보고 있다. 대전시 제공
대전시티투어 대청호 오백리길 탐방에 나선 관광객들이 호수 위로 넘어가는 낙조를 바라보고 있다. 대전시 제공

◇대청호에서 갖는 힐링 타임

14일 오후 2시를 조금 넘겨 승객 20명을 태우고 출발한 ‘대청호 오백리길’ 대전시티투어버스는 30여분 만에 동구 추동 대청호변에 도착했다.

류남이 문화해설사는 “아쉽게도 태풍 콩레이와 겨울 가뭄에 대비해 물을 가둬 담수율이 95%나 될 정도로 수위가 높아져 3주 전부터 코스를 다 돌아보진 못하게 됐지만 오늘같이 돌아다니기 좋은 날씨에 소확행을 느껴보자”고 분위기를 돋웠다.

수변데크를 100m 가량 걸어 들어간 승객들은 대청호의 유래와 인근 관광지 등에 대한 류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탁 트인 대청호의 시원한 경치를 즐겼다. 일부 성격 급한 승객은 설명이 끝나기도 전에 호수 주변으로 산책을 나갔고, 한 편에선 중년의 여고 동창생들이 연신 사진을 찍기에 바빴다. 그렇게 대청호변 구경을 마친 승객들은 수변데크를 따라 인접한 수변자연공원과 생태관을 둘러봤다.

이날 시티투어에 참가한 이경희(66ㆍ여ㆍ서울)씨는 “작년에도 대전시티투어를 갔었다”며 “나이든 사람들에겐 대청호 오백리길 같은 힐링투어가 적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류 해설사는 “자녀를 데려오는 학부모들은 대덕특구나 역사문화를 공부하는 동춘당코스를 선호하고, 힐링코스는 대전시민보다 외지인들이 많이 이용하는데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도시순환코스 신설 서둘러야

대전시티투어는 요일별로 특정 지역이나 기관을 테마로 몇 곳씩 묶어 운행한다. 이는 서울이나 부산 등 타 지역처럼 도시를 순환하는 순수한 의미의 시티투어는 아니다. 비비안씨는 “지금 외국인들은 사찰이나 특정 명소보다 도시 자체에 대해 궁금해 한다”며 ”작년에 서울에서 도시 순환 시티투어를 했는데 좋았다. 대전도 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처럼 도시를 순환하며 어디서든 환승해 버스를 타고 투어를 즐길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해야 한다고 승객들은 입을 모은다. 제이닌씨는 “시간을 여유 있게 주지 않고 급하게 투어를 진행하는 것 같다”며 “미국에선 순환을 하면서 수 십분씩 둘러볼 시간을 준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시티투어 업무를 담당하는 대전시 이제창 사무관은 “도시순환코스 운영의 필요성은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며 “내년 대전방문의 해를 맞아 예산을 1억원에서 5억원 정도로 대폭 늘리고, 3개 도시순환코스를 운영하고, 이와 연계해 테마투어 지역을 오가는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허택회 기자 thheo@hankookilbo.com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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