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포럼(WEF)이 평가하는 우리나라의 금융 부문 경쟁력 순위가 지난해 74위에서 올해 19위로 55계단이나 껑충 뛰었다. 그간 경제 규모에 비해 금융 수준이 크게 뒤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온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 성과인데, 여기엔 WEF가 평가 지표를 대폭 개편한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WEF 평가에서 한국의 종합순위는 평가대상국 140개국 중 15위(지난해 26위), 금융 부문은 19위(지난해 74위)를 기록했다. 올해 금융 부문 1위는 미국이고 홍콩, 핀란드, 스위스, 싱가폴이 2~5위를 차지했다. 한때 우리나라의 후진적 금융시스템을 꼬집을 때 자주 비교선상에 올랐던 우간다는 119위를 기록했다.
한국의 금융 부문 순위가 2013년 81위, 14년 80위, 15년 87위, 16년 80위 등 최근 5년간 최하위권을 맴돈 걸 감안하면 올해 순위 상승은 단연 두드러진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금융시스템이 갑자기 개선됐기 때문은 물론 아니다. 그보다는 WEF가 올해부터 평가 방식을 바꾸면서 우리나라가 특히 수혜를 본 것으로 분석된다. 일종의 ‘평가 정상화’라고 볼 수 있다. WEF는 지금까진 해당 국가의 금융 부문 점수를 매길 때 주로 설문에 의존(7개 항목)하고 1개 항목에만 통계 지표를 반영했다. 설문 내용 역시 “귀국 은행의 건전성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식으로 참여자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많은 내용으로 짜여 적합성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반면 올해는 설문 항목은 기존 7개에서 3개로 줄고, 대신 통계를 반영하는 항목이 6개로 늘었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부분 여신, GDP 대비 보험료, 부실채권 비중, 크레디트갭(Credit Gap) 등 통계 지표에서 만점을 받았다. 다만 중소기업의 재원 조달이 용이한지(45위), 벤처자본을 이용할 수 있는지(53위) 등 참가자를 설문한 항목에선 여전히 낮은 점수를 받았다. 우리나라 금융 부문 순위가 대폭 뛰었다고 해서 자화자찬할 일은 아니란 얘기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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