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강제 합병과 식민 지배에 대한 사죄를 담은 ‘간 나오토 담화’ 발표를 주도한 대표적 지한파 원로 정치인 센고쿠 요시토 전 일본 관방장관이 지난 11일 폐암으로 숨졌다고 일본 언론들이 16일 보도했다. 향년 72세.
변호사 출신인 센고쿠 전 관방장관은 1990년 일본 사회당으로 중의원에 당선돼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2009년 9월 민주당이 정권 교체에 성공하자 행정쇄신 담당장관으로 입각해 이후 법무장관 겸 관방장관을 거치며 정책통으로 맹활약했다.
일본 내 대표적 친한파 정치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센고쿠 전 장관은 일본의 식민지배에 대한 과거사 반성을 꾸준히 촉구해왔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서도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2010년 관방장관 재임 시 주도한 간 나오토 총리 담화는 한국인의 뜻에 반하여 식민 지배가 이뤄졌다는 점을 일본 정부가 처음으로 인정한 공식 입장이었다. 담화의 후속조치로 조선왕실의궤 반환도 추진됐다.
센고쿠 전 장관은 이후에도 과거사 반성에 소극적인 일본 정부를 향해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일본 우파들로부터 거센 비난이 쏟아졌지만 그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2010년 7월에는 한국에 대한 전후 배·보상 문제에 대해서 “이 문제에 대해 어디쯤에서 결론을 낼지 일본의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또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을 통해 개인 청구권도 소멸했다는 일본의 주장에 대해선 “법률적으로 정당성이 있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좋은 것인가.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2011년 1월 개각과 함께 관방장관에서 물러났으나, 같은 해 3월에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하자 다시 기용됐다. 민주당이 2012년 12월 정권을 내준 뒤인 2014년 정계에서 은퇴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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