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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나니 휴게소, 눈뜨니 전주…도로 위의 퍼스트클래스

입력
2018.10.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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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위의 퍼스트클래스, 프리미엄고속버스의 최대 장점은 단연 편안히 누워 갈 수 있다는 점이다. @박준규
도로 위의 퍼스트클래스, 프리미엄고속버스의 최대 장점은 단연 편안히 누워 갈 수 있다는 점이다. @박준규

버스는 하늘을 날지도 시속 300km로 달릴 수도 없다. 위기는 또 다른 기회라고 했던가? 저가항공과 철도에 밀리던 고속버스 업계는 시간 경쟁을 포기한 대신 상대적으로 싼 요금과 편안함을 무기로 틈새를 파고 들었다. 그 결과물이 프리미엄고속버스다.

운행을 시작할 당시에는 걱정이 앞섰지만, 가파른 이용객 증가에 힘입어 노선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2016년 11월 30일 서울~부산/광주 노선 운행을 시작으로, 지난해 6월 기존 노선을 증편하고 12개 노선을 새로 개설했다. 올 7월에는 서울~포항/창원/마산/순천/여수 노선을 증편하고 중거리와 지방 출발 12개 노선(서울~세종/유성/연무대/전주/군산/울산, 동서울~광주, 인천~대전/전주, 광주~대구/울산, 인천국제공항~양양)으로 운행을 확대했다. 국토교통부가 200km 이하의 중단거리 노선 제한 규정을 완화한 덕분에 현재 프리미엄고속버스 노선은 26개로 늘었다.

프리미엄고속버스는 ‘도로 위의 퍼스트클래스’ ‘내 집처럼 누워가는’ 고속버스다. 그럼에도 요금은 KTX보다 30~40% 싸고, 이용 금액의 5%를 마일리지로 적립해준다. 주중(월~목)에는 15% 추가 할인 혜택까지 누릴 수 있다. 서울~전주를 기준으로 현재 KTX 요금은 3만4,400원, 프리미엄고속버스의 주말 요금은 2만4,400원, 주중은 2만700원이다. 이 정도면 ‘착한 가격’으로 퍼스트클래스를 만끽하는 셈이다.

 

 ◇프리미엄고속버스 무엇이 다른가 

프리미엄고속버스는 일반고속 44석, 우등고속 28석보다 적은 21석이다. 그만큼 좌석 간격이 넓다. 이어폰과 생수를 무료로 제공하고 선반, 옷걸이, 컵 받침대, LED 독서등, 테이블을 갖췄다. 가림막까지 있어 프라이버시 보호 기능도 만족스럽다.

앞 좌석 등받이에 LED모니터, 컵 받침대, 무선충전대 등 편의시설을 갖췄다. @박준규
앞 좌석 등받이에 LED모니터, 컵 받침대, 무선충전대 등 편의시설을 갖췄다. @박준규
이렇게 한숨 자고 나면 휴게소, 눈뜨면 목적지다. @박준규
이렇게 한숨 자고 나면 휴게소, 눈뜨면 목적지다. @박준규
금호고속 이덕연 대표가 터미널에서 운전기사를 격려하는 모습.
금호고속 이덕연 대표가 터미널에서 운전기사를 격려하는 모습.

IT기술 적용도 한발 앞섰다. USB단자 및 무선충전대로 스마트폰을 비롯한 전자기기를 충전할 수 있고, 10.1인치 개인 LED모니터도 장착했다. TV를 시청하거나 음악을 듣는 것은 기본이고 폰미러링 기능이 탑재돼 있어 스마트폰의 콘텐츠를 마음껏 즐길 수도 있다. 폰미러링은 모니터에 스마트폰 화면을 그대로 띄우는 기술이다. 여행 중 촬영한 사진, 다운로드 받은 영화를 시청할 수 있으니 심심할 겨를이 없다. 또 한가지 프리미엄고속버스에만 있는 깜짝 서비스, 화장실이 급할 때 억지로 참거나 운전기사에게 간청할 필요가 없다. 요청하기 버튼을 누르면 기사가 알아서 다음 휴게소에 세워준다.

프리미엄고속버스를 타는 가장 큰 이유는 내 집처럼 편안하기 때문이다. 스위치를 눌러 발 받침대와 좌석을 조절하면, 뒷사람을 신경 쓸 필요 없이 최대 165도까지 젖혀진다. 편안히 자고 일어나면 휴게소, 다시 눈을 뜨면 목적지다. 전주까지 2시간 40분이 금새 지나갔다.

전주로 떠나는 날, 여러 버스회사 중 굳이 금호고속 프리미엄고속버스를 선택했다. 회사 대표가 터미널에서 운행을 앞둔 기사를 격려하는 모습이 잊혀지지 않아서다. 처음엔 ‘보여주기’ 정도로 생각했지만 이후에도 자주 목격할 수 있었다. 이런 회사라면 더 친절하고, 더 안전할 거라는 믿음이 절로 생겼다.

 ◇전주한옥마을 여행 간단 정리 

곧바로 전주 여행의 중심 한옥마을로 향한다. 조선시대까지 전주부성 안과 밖은 엄격한 신분 차이가 존재했다. 1905년 을사늑약 이후 일제는 양곡수송을 위한 전군가도(전주~군산 간 도로) 건설을 구실로 전주부성을 철거하고, 전주성내 상권을 차지하게 된다. 이에 대항해 조선인들이 1930년 교동과 풍남동 일대에 한옥을 지은 것이 오늘날 한옥마을의 기반이다.

1930년부터 형성된 전주한옥마을.
1930년부터 형성된 전주한옥마을.
한옥마을에서도 핵심은 전동성당과 맞은편에 있는 경기전이다.
한옥마을에서도 핵심은 전동성당과 맞은편에 있는 경기전이다.

먼저 전주부성의 흔적이 남은 풍남문과 프랑스 신부 보드네가 지은 로마네스크 양식의 전동성당을 만난다. 반대편은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어진(초상화)을 보관하기 위해 건립한 경기전이다. 태조의 초상화가 있었던 어용전,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했던 전주사고, 어진박물관 등이 함께 있다.

베테랑칼국수의 통통한 면발. @박준규
베테랑칼국수의 통통한 면발. @박준규
외할머니솜씨의 흑임자팥빙수. @박준규
외할머니솜씨의 흑임자팥빙수. @박준규

먹거리가 넘쳐나는 전주에서 이번에 맛 본 음식은 3가지. 먼저 ‘베테랑칼국수’는 들깨가루, 김 가루, 고춧가루를 적당히 섞어 고소한 맛을 자랑한다. 닭고기와 문어, 매콤한 소스가 어울린 ‘한옥문꼬지’도 입에 붙는다. ‘외할머니솜씨’의 흑임자팥빙수도 일품이다. 전통방식으로 만든 팥 고명 위에 쫀득쫀득한 찰떡을 얹고 검은 깨를 뿌렸다. 시원함과 달콤함이 동시에 입안에 퍼진다. 돌아가는 길도 프리미엄고속버스. 꿀 같은 휴식으로 여행을 마무리한다. 서울~전주 프리미엄고속버스는 3개 회사에서 1일 8회 운행한다. 코버스(kobus.co.kr)에서 예약할 수 있다.

박준규 기차여행 전문가 saka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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