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협상이 교착 국면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가운데,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운명의 48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무 합의도 없이 영국이 EU를 떠나는 ‘노 딜(No deal) 브렉시트’의 현실화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마지막 담판을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과 BBC방송 등에 따르면 메이 총리는 이날 하원 긴급 연설에서 “EU의 계획은 아일랜드해에 ‘관세 국경 수립’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영국 영토의 통합을 위협하는 것”이라며 수용 불가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도 “(영국과 EU의) 의견 충돌이 좋은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을 망치게 할 순 없다”며 “합의는 여전히 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일랜드 국경 처리와 관련, 영국 내부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동시에 EU와의 막판 타결 가능성도 열어둔 것이다.
현재 브렉시트 협상을 꼬이게 만든 아일랜드 국경 문제는 애초부터 최대 쟁점으로 꼽혔다. 영국령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공화국은 1998년 이후 상품과 재화의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한 국경 개방(소프트 국경) 상태였기 때문에, 브렉시트 이후 양측의 경계 설정은 난제 중의 난제로 꼽혀왔다. EU는 북아일랜드만 EU 관세동맹에 잔류시키는 ‘백스톱(Backstopㆍ안전 장치)’ 방안을 제시한 반면, 메이 총리는 영국 전체를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두자는 것을 대안으로 맞서고 있다.
그러나 이는 어느 쪽으로부터도 환영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EU와의 완전한 결별을 원하는 영국 내 ‘하드 브렉시트’ 진영은 관세동맹 잔류 시한을 못박아야 한다고 메이 총리를 압박하고 있다. EU는 “검토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존의 ‘백스톱’ 제안도 대비책으로 남겨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이 갈등 속에 메이 총리는 자국 내각과 의회에서도 지지 세력이 많지 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메이 총리는 17일 EU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회원국 정상들을 설득, 협상의 물꼬를 트겠다는 전략이다. 가디언은 “메이 총리가 자신의 브렉시트 협상 전략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해야 하는 ‘광란의 48시간’을 맞닥뜨리게 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전망은 여전히 밝지 않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회원국 정상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영국과의 협상을) 포기하지 말자”고 하면서도 “그 어느 때보다 ‘노 딜’ 시나리오 가능성이 크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영국 정치인들도 “메이가 하원을 안심시키는 데 실패했다” “메이는 막다른 골목에 처했다” 등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올 12월에나 출구 협상이 마무리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며 “메이 총리는 일단 ‘시간 벌기’를 통해 내각 구성원들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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