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는 15일(현지시간) 남북이 고위급 회담에서 철도·도로 연결과 현대화를 위한 착공식을 11월말 또는 12월초 진행하기로 합의한 데 대북 제재 이행을 강조했다. 남북간 협력 사업이 대북 제재를 위반하거나 제재 완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대해 경계심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국무부 관계자는 이날 남북 고위급회담 합의 내용에 대한 본보 질의에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대로 남북한의 관계 개선 문제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해결하는 것과 별개로 진전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우리는 모든 회원국들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라 금지된 분야별 제품들을 포함해 유엔 제재들을 완전히 이행하기를 기대한다"며 "모든 국가가 북한의 불법적인 핵ㆍ미사일 프로그램을 끝내는 것을 돕기 위해 자신들의 책임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남북 관계 개선이 비핵화와 별도로 진전될 수 없다’는 언급은 남북 대화 때마다 국무부가 내놓은 입장이지만, 특정분야 제재를 거론하며 제재 이행의 책임을 촉구한 것은 남북 경협 가능성이 제기될 때 나오는 논평이다. 미국이 남북 경협에 대해선 특별히 경계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국무부는 지난달 한국에서 남북 철도 사업에 대한 공동조사 계획이 나왔을 때와 평양 남북정상회담에 대기업 총수들이 동행했을 때도 특정 분야 제재를 거론하며 같은 반응을 보였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에 담긴 특정 분야 제재는 광물, 정유, 섬유, 산업용 기계류, 전기기기 등 광범위한 제품에 걸쳐서 북한과의 거래를 차단하는 내용이다. 외교부는 “철도협력 등을 포함해서 남북 교류사업은 대북 제재의 틀을 준수한다는 원칙하에 추진되고 있다”고 밝혔으나, 그물망처럼 짜인 현 대북 제재 틀 내에서는 이 같은 사업이 진척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북미가 제재 완화를 두고 힘겨루기를 벌이는 상황에서 남북간의 이 같은 합의가 제재 완화에 대한 대미 압박으로 해석될 수 있어 한미간 공조 균열과 긴장 관계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AP 통신은 “남북관계 진전에 대한 한국 정부의 열망이 핵심 동맹국인 미국과 불편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고 전했고, 워싱턴포스트(WP)도 “북한이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를 취하지 않는데도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 위원장을 끌어안으려는 열망에 대해 워싱턴이 일부 우려 하는 가운데 이 같은 조치가 나왔다”고 전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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