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세 담당 공무원이 개인의 체납 정보를 마을 이장에게 제공한 것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ㆍ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국가인권위원회가 판단했다.
16일 인권위에 따르면 경남 A면사무소 지방세 담당 공무원은 올 4월 자동차세 체납자들의 이름과 전화번호, 체납내용, 체납액 등의 정보를 마을 이장들에게 전달하고 납부 독려를 요청했다. 이에 따라 한 마을 이장은 주민 B씨에게 체납된 자동차세 납부를 독촉했고, B씨는 “공무원이 결재 없이 일반인인 이장에게 개인정보를 제공해도 되느냐. 이는 개인정보 침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해당 공무원은 인권위 조사에서 “한정된 인력으로 다수의 체납자들의 세금 납부를 독려하는 데 한계가 있어 이장들에게 요청한 것”이라며 “마을 이장은 조례ㆍ규칙에 따라 읍ㆍ면장이 임명, 공무를 보조하고 있는 자로 체납세 징수 보조업무도 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지방세 총괄 부처인 행정안전부도 공무원이 이장에게 체납세 징수 독려를 목적으로 체납자 과세 정보를 제공했다면 관련 법령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통상 이장이 납세 독촉 고지서의 단순 전달이나 통지 업무를 할 수는 있지만 체납자의 구체적인 체납액 등을 확인, 개개인에게 독촉 전화를 하는 것은 조례에 위임된 이장 업무의 범위를 넘어서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이어 “체납 정보는 당사자의 사회적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민감한 개인정보로 제3자에게 공개 시 당사자가 받게 될 명예와 신용의 훼손 등 피해가 크다”며 “당사자 동의 없이 개인 체납 정보를 이장에게 제공한 것은 헌법에서 보호하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한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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