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개청 이래 처음으로 진행된 통계청 단독 국정감사에선 가계동향조사 소득 부문 폐지론과 유지론이 팽팽히 맞섰다.
15일 정부대전청사에서 열린 국정감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야당 측 요구에 따라 참고인으로 출석한 김낙년 동국대 교수는 “약 9,000개의 표본 가구가 매월 가계부를 작성하는 방식의 통계청 가계동향조사는 피조사자의 소득 과소 보고나 응답 거부를 막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가계동향조사의 경우 근로소득구간별로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피조사자 인원이 국세청 소득세 자료에 비해 훨씬 적다. 국세청 소득세 자료는 2016년 기준 소득 3억~5억원 구간 인원이 1만8,728명, 5억~10억원 6,722명, 10억원 이상 2,144명이나 된다. 그러나 같은 해 가계동향조사에선 3억원 이상 소득구간 피조사자가 아예 ‘0’명이다. 소득이 100만원 미만인 최저소득층 계층도 국세청 자료에서는 34만2,736명인 반면 같은 구간 가계동향조사 피조사자 인원은 23만2,343명으로 10만명 이상 더 적다. 반대로 중간소득층은 국세청 자료 인원보다 가계동향조사 피조사자 인원이 훨씬 많다. 김 교수는 “(통계청 조사는) 연소득이 6,000만~8,000만원을 넘으면 (표본의 모집단) 포착률이 급격히 떨어진다”면서 “그 결과 소득불평등도 실제보다 상당히 낮은 것으로 잡힌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교수는 “가계동향조사로는 정확한 통계가 나오기 어렵고 분기별로 지표가 발표될 때마다 정치 공방으로 국력만 소모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강신욱 통계청장은 표본과 조사 방법 개편을 거쳐 가계동향조사를 존속시키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통계청은 응답률을 높이기 위해 내년부터 경제활동인구조사 표본을 동향조사 전용 표본으로 교체하고, 36개월 연속 면접조사 방식을 6개월 단위 가계부 기장 방식으로 바꾸는 개편안을 발표한 바 있다. 강 청장은 “개편안은 고소득층 소득 포착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정책적 수요가 있어 지출과 소득을 연계한 동향 통계를 계속 생산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야당은 이날 강 청장의 ‘코드 인사’ 논란도 다시 제기했다. 강 청장은 지난 5월 1분기 가계동향조사 소득 부문 지표가 악화된 후 청와대에 통계청 가계동향조사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청와대 선임행정관이 통계청 담당 과장에게 가계동향조사 중단의 문제점을 담은 메일을 보냈지만 황수경 전 청장은 당시 기재위에 출석해 조사를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지적했다. 황 전 청장이 가계동향조사 폐지 주장을 굽히지 않은 게 그의 경질로 이어졌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강 청장은 “코드에 따라 통계청장이 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력 부인한 뒤 “통계 전문성을 갖고 있고 통계 자료를 직접 생산한 경험도 있다”고 강조했다.
대전=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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