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금융회사들이 가계, 영세기업 등 생산성이 낮은 부문 위주로 지나치게 많은 자금을 공급해온 탓에 금융산업 성장이 전체 경제 성장에 되레 부정적 영향을 주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 산하 싱크탱크 ‘지속성장 이니셔티브(SGI)’ 소속 김천구 연구위원은 15일 발간된 한국금융연구원 계간 ‘금융연구’에 기고한 ‘우리나라 금융의 적정성과 경제성장 효과’ 보고서에서 이같이 경고했다. 국내 금융사의 신용공여가 생산성이 낮은 가계대출이나 소기업 대출에 치우쳐 금융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핵심 논지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5년간 국내 금융기관의 가계대출(잔액 기준)은 2002년 494조5,000억원에서 2016년 1,466조1,000억원으로 연평균 8.1% 증가했다. 같은 기간 기업대출의 연평균 증가율 6.9%(618조1,000억원→1,569조원)를 웃도는 수준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대출 비율도 2016년 기준 92.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7번째로 높았다. 반면 GDP 대비 기업대출 비율은 100.4%로 OECD의 중간 수준이었다.
보고서는 가계대출 급증 요인에 대해 금융사들이 기업대출보다 모니터링 필요성이 적고 대출심사가 까다롭지 않으며 위험이 낮은 담보대출 위주로 신용공급을 늘렸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정부 정책도 원인으로 지목했다. 기업대출은 외환위기를 계기로 2000년대 초반까지 정책적으로 억제된 반면, 가계대출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부양정책에 따른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로 증가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가계대출은 주로 소비나 주택 구입에 사용되는 터라, 설비투자 확대로 이어지는 기업대출에 비해 생산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더구나 기업대출 또한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낮은 부동산업, 운수ㆍ창고업 부문의 소기업에 상대적으로 많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기준 국내 총 부가가치 중 53.9%의 비중을 차지한 1,000명 이상 규모 기업에 공여된 간접금융 비중은 42.3%인 반면, 부가가치의 8.4%를 차지한 50인 이하 소기업의 간접금융 비중은 생산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27.3%였다.
보고서는 나아가 양적 측면에서 과잉금융 가능성이 보이면서 향후 금융업 확대가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GDP 대비 신용공여 비율을 뜻하는 금융심화도는 2016년 기준 143%를 기록했는데, 통상 금융심화도가 120%를 넘어서면 금융으로 인한 경제성장 효과가 감소하는 ‘과잉금융’ 상태로 해석된다. 금융이 일정 수준을 넘어 확대되면 생산성이 낮은 부문으로 자금과 인력이 흘러 들어가 전체 경제 생산성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정책적인 관점에서 GDP 대비 신용공여의 과도한 확대를 방지하고 과잉금융을 제어할 제도적 장치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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