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현지에서 ‘수소외교’에 나서면서 규제 탓에 수소차가 활성화하지 못하는 국내 상황이 재조명되고 있다.
15일 현대자동차와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숙소에서 프랑스 파리 알마광장까지 수소전기차 ‘넥쏘’를 타고 이동한 후 수소 충전 과정도 지켜봤다. 파리 도심에 설치된 충전소에서 수소전기차 ‘투싼ix35’ 택시 기사가 충전했다. 투싼과 넥쏘 모두 현대차가 제작한 수소전기차인데도, 국내에선 이런 충전이 어렵다. 수소충전소 규제가 엄격한 탓이다.
문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충전은 운전자가 직접 하나” “충전소가 도심 한복판에 있는 것에 대해 주민들이 불안해하진 않느냐” “수소차를 보급하는데 가장 큰 애로가 무엇이냐” 등 질문을 통해 에둘러 규제개혁 의지를 표명한 것도 국내 상황과 무방하지 않다.
국내에서 운전자가 직접 수소 충전을 할 수 없는 이유는 고압가스안전관리법이 규정하는 가스기능사 자격증을 보유한 사람만 수소충전소 안전관리책임자가 돼 수소 충전을 할 수 있다는 규정 때문이다. 반면 비슷한 폭발사고 위험성이 있는 액화석유가스(LPG)나 압축천연가스(CNG) 등의 충전소 안전관리책임자는 안전관리자 교육이나 충전시설 안전관리자 교육만 이수하면 자격이 주어진다. 프랑스 등 유럽은 수소도 비슷한 교육만 받으면 관리책임자가 돼 충전할 수 있다.
도심에 수소충전소가 들어오기 어려운 점도 차이점이다. 문 대통령이 수소충전을 지켜본 에어리퀴드사 수소충전소는 에펠탑이 보이는 도심에 있다. 일본도 도쿄의 이와타니(岩谷) 수소충전소 시바코엔(芝公園)역 지점 반경 3㎞ 내에 국회의사당과 정부청사 등이 있다.
그러나 국내에는 수소충전소 설치 기준이 엄격하다. 현행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은 유치원ㆍ대학 등 학교 부지로부터 200m 이내에 수소충전소 설치를 금지하고 있으며 국토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은 전용주거지역이나 상업지역, 자연환경보전지역 등에 설치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또 철도안전법은 철도보호지구 경계로부터 30m 이내에 수소충전소 설치를 막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수소 전기차ㆍ충전소의 안전성은 여러 차례 시험을 통해 증명됐다”며 “무공해 수소 사회 실현에 뒤지지 않으려면 안전 문제에 민감한 일본이 민관 공동으로 보급 확산에 나선 것처럼 규제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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