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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펌프 수술, 지방병원은 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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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펌프 수술, 지방병원은 하지 말라?

입력
2018.10.25 04:4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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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장 보조장치’ 수술 자격 두고 커지는 논란 

최근 2년간 심장이식수술 현황. 그래픽=박구원 기자
최근 2년간 심장이식수술 현황. 그래픽=박구원 기자

전남지역의 한 대학병원 흉부외과 교수인 A씨는 최근 ‘심실 보조장치(VAD)’ 얘기만 나오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지난달 28일 보건복지부가 고시를 통해 VAD를 건강보험에 적용(급여)함에 따라 VAD 수술을 담당할 의료기관 신청을 받고 있지만 자격요건을 채우지 못해 신청을 포기했다. 발목을 잡은 건 최근 2년간 3건 이상 심장이식수술을 실시해야 한다는 조건. 이 기간 이 병원의 심장이식수술 건수는 1건에 불과했다. A씨는 “국내 병원 중 최근 2년간 심장이식수술을 3건 이상 할 수 있는 병원은 9~15개 정도로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며 “이 조건에 해당되는 병원들만 VAD수술을 허용하면 지역 의료발전은 물론 환자 쏠림 현상만 심화될 것”이라고 씁쓸해했다.

그동안 어떤 약물에도 반응하지 않고 다른 의학적 치료도 더 이상 듣지 않는 말기 심부전 환자들의 유일한 치료수단은 심장이식수술이었다.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센터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559명의 말기 심부전 환자가 병원에 입원해 심장이식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심장이식건수는 대기자의 절반도 안 되는 184건에 불과했다. 심장이식자 평균 대기일수는 234일이나 된다. 결국 이식을 못 받아 죽는 환자가 많다는 얘기다.

뇌사자 심장기증이 활발하지 않아 심장이식수술 자체가 힘든 국내현실에서 2012년 VAD 도입은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중증 심장질환자들에게는 희소식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 정부가 10월부터 VAD 수술을 건강보험에 적용키로 결정함에 따라 약 1억5.000~2억원에 달하는 치료비 부담도 크게 경감됐다. VAD는 양수기처럼 심장을 대신해 온 몸에 혈액을 펌프질해주는 장비다.

문제는 엄격한 조건 탓에 지역 흉부외과 병원들에겐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최근 2년간 국내 75개 이식의료기관 중 심장이식수술을 실시한 병원은 고작 19곳. VAD수술을 할 수 있는 자격기준인 3건 이상 심장이식수술을 실시한 병원은 12곳에 불과했다. 흉부외과 전문의들은 “VAD 수술은 기껏해야 10개 안팎 병원들이 나눠먹을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지역 흉부외과 전문의들은 반복되는 전공의 정원 미달, 열악한 의료 환경, 수도권으로의 환자 이탈 등으로 ‘아사’직전에 놓인 지역 흉부외과를 살리기 위해서는 VAD 수술 유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한다. 정인석 전남대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VAD수술은 심장이식수술보다 난이도가 높지 않은 수술이라 지역에서도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데 왜 그런 기준이 설정됐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VAD수술을 위해 일부 병원들이 무리하게 심장이식수술을 진행해 환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남희 계명대동산의료원 흉부외과 교수는 “심장이식수술은 공여자가 한정돼 대기자에게 가장 적합한 심장을 이식해야 하는데 수술 건수를 맞추기 위해 수술이 진행되면 그 피해는 환자의 몫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병원들이 무리한 떼쓰기를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중규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과장은 “VAD수술은 심장이식수술 대기자들의 생명연장을 위해 필요한 보조적 수술이기 때문에 심장이식수술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병원에서 실시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심장이식수술을 지속적으로 실시하지 않고 있는 병원은 환자안전과 질 관리 차원에서 당연히 제한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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