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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화제 소설 ‘일의 기쁨과 슬픔’, 누가 썼나 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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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화제 소설 ‘일의 기쁨과 슬픔’, 누가 썼나 했더니…

입력
2018.10.15 04:40
수정
2018.10.15 11:34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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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서 뜨겁게 공유된 단편소설 '일의 기쁨과 슬픔'으로 데뷔한 소설가 장류진. 본인 제공
SNS에서 뜨겁게 공유된 단편소설 '일의 기쁨과 슬픔'으로 데뷔한 소설가 장류진. 본인 제공

가을 문단의 화제작, ‘일의 기쁨과 슬픔’. 올해 창비신인소설상을 받은 단편소설이다. 실은 문단 밖에서 더 화제다. 소설이 실린 창작과비평 인터넷 홈페이지 접속자가 폭발했다. 10월 3일쯤부터 SNS를 타고 입소문이 나더니, 14일까지 15만 명이 소설을 읽었다. 이름 난 작가의 소설도 조회수 1만회를 넘는 일이 거의 없다고 하니, 그야말로 사건이다. 소설을 쓴 장류진(32) 작가를 14일 전화로 만났다.

소설은 요약하자면 ‘명랑하게 쓴 을들의 슬픈 노래’다.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에서 벌어지는 얘기다. 중고물건 거래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인 ‘우동마켓’은 주인공 안나가 다니는 스타트업의 야심작이다. 거북이알이라는, 이름도 희한한 사용자가 물건을 너무 많이 올려 물을 흐리는 게 스타트업 대표의 고민이다. 대표 지시로 거북이알을 만난 안나가 알아낸 사연은 이렇다. 카드회사 직원인 거북이알은 1년간 월급을 카드포인트로 받는 징계를 받는 중이다. 회사가 유명한 음악가의 내한공연을 주최한다는 사실을 “인스타그램 쎌럽”인 회장보다 회사 홍보팀이 먼저 공지하게 한 게 죄목. 거북이알은 포인트로 물건을 사들여 현금으로 바꾸느라 우동마켓 최우수 이용자가 된 거였다.

소설은 요즘 말로 깨알같다. 소설인 걸 모르고 읽는다면 ‘글발 좋은 스타트업 직원이 쓴 판교 문화 생생 체험 수기’ 혹은 ‘피아니스트 조성진 덕질 고백기’라 착각할 수도 있다. ‘힘들다, 나도 밉고 세상도 밉다’는, 요즘 작가 지망생들의 단골 서사와 다르다는 점을 창비신인소설상 심사위원들이 높이 샀다고 한다. 별종처럼 등장한 장 작가는 역시나, ‘판교 내부자’였다.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뒤 2011년부터 7년간 판교 IT 회사를 다녔고, 지금은 판교의 다른 IT 회사로 옮긴지 2개월째다. “뭐든 쓰고 싶어서” 2011년 문화센터에 등록해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지금 회사로 이직하기 전 밥벌이를 쉬면서 동국대 국문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그간 “몇 번인지 당장 셀 수 없을 정도로 여러 번” 소설신인상에 응모했다. 소설이나 써 볼까, 장난처럼 덤볐다 우연히 당선된 게 아니라는 얘기다.

발랄한 에피소드가 소설의 전부는 아니다. 을들의 마음을 을들의 언어로 표현한 것, 소설이 회자되는 이유다. 현실의 을들처럼, 소설의 을들에게도 반전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들은 조성진 사진 돌려보기, 홍콩행 비행기 티켓 사기, 레고 수집하기, 근무 중에 딴짓 하기 같은 작은 기쁨에서 위안을 얻는다. “사시는 동안 적게 일하시고 많이 버세요.“ 소설 속 말은 을들의 자조이자 다짐이다. 어느 카드회사 직원이 포인트로 월급을 받은 건 실화이고, 카드회사 회장은 독자들의 예상과 달리 실존 인물이 아니란다. “그 회장이 꼭 우리회사 회장, 사장 같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갑들이 서로 통하는 존재라는 뜻일까.

소설은 ‘술술’이 아니라 아예 ‘휙휙’ 읽힌다. 200자 원고지 94매 분량이니 보통 80~100매 정도인 여느 단편보다 짧지 않은데도 ‘초단편’이라는 오해를 받는다. 그만큼 재미있다는 뜻이기도, 눈이 오래 머무는 문장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순문학 지상주의자들에겐 못마땅할 수도 있겠다. “소설에 이른바 문학적 표현이 없는 건 소설 속 인물들이 그런 말을 쓰는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이런 소설도 있고 저런 소설도 있는 게 좋은 거 아닌가요. 저도 순문학에 가깝다고 할 만한 소설도 써요.”

장 작가는 연말 다른 문학계간지에 발표할 소설을 준비 중이다. 그는 전업작가로 살 생각은 “전혀 없다”고 했다. “생계 유지가 어렵다고 하던데요. 소설도 쓰고 회사도 다닐 거예요. 기사에 회사 이름은 쓰지 말아 주세요. 회사에 일 열심히 하는 직원으로 보여야 하니까요. 실제로 회사에선 회사 일만 하고 소설은 집에서만 쓰는 걸요(웃음).” 안나처럼, 거북이알처럼, 장 작가 또한 을이라는 인증일까.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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