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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700억 들인 기상예보 독자모델 개발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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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700억 들인 기상예보 독자모델 개발 ‘빨간불’

입력
2018.10.15 04:4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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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악의 폭염이 찾아왔던 지난 8월 1일 오후 서울 여의대로에 지열로 인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가운데 길가에 놓아 둔 온도계의 바늘이 40도에 육박하고 있다. 뉴스1
사상 최악의 폭염이 찾아왔던 지난 8월 1일 오후 서울 여의대로에 지열로 인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가운데 길가에 놓아 둔 온도계의 바늘이 40도에 육박하고 있다. 뉴스1

“2020년 수치예보모델 자립화를 통해 세계 5대 기상강국으로 도약하겠다.”

기상청이 2010년 정부에 총 946억원이 드는 한국형 수치예보모델 개발 사업(독자모델 사업) 승인을 받은 후 밝힌 당찬 포부다.

수치예보모델이란 온도ㆍ기압 등 관측 값을 수학과 기상학을 이용해 만든 방정식에 대입해 미래의 날씨를 예측하는 슈퍼컴퓨터 운용 프로그램. 관측 자료 및 예보관 분석 수준과 더불어 현대 기상 예보 정확도에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한다. 1997년 이후 일본과 영국이 개발한 예보모델을 사용해 오고 있지만 우리 환경에 맞지 않아 정확도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 프로그램을 업데이트할 때마다 개발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등 불편이 많았다. 독자모델 개발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기상청이 설립한 공익법인인 ‘한국형수치예보모델 개발 사업단(한수예)’은 2019년 완성을 목표로 2011년부터 전지구ㆍ지역ㆍ국지 모델 가운데 가장 기본이 되는 전지구 모델 개발에 우선적으로 착수했다.

그러나 기상청의 수치예보모델 개발사업은 독자모델 개발 시한을 1년 남짓 앞둔 상황에서 심각한 위기 상황에 봉착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상청이 후속으로 기획하고 있는 ‘국가 기상재해 대응 단ㆍ중기 통합형 수치예보모델 개발 사업’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후속 사업 무산 시 폭우ㆍ폭설 등 위험기상 예보 능력에 구멍이 뚫릴 뿐 아니라 최악의 경우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개발 완료를 앞둔 독자모델 역시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저작권 한국일보]한국형 수치예보모델 개발사업 현황 그래픽=박구원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한국형 수치예보모델 개발사업 현황 그래픽=박구원 기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기상청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상청이 2020년부터 총 7년간 무려 1,137억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후속 사업의 예비 심사 단계에서 5월과 8월 두 차례나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규모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연구개발 사업은 예비타당성조사를 받아야 하는데 그보다 앞서 통과해야 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기술성평가에서 2번이나 고배를 마신 것이다.

후속 사업의 골자는 먼저 완료되는 독자모델(전지구 모델)을 고도화하는 한편, 지역ㆍ국지 모델을 추가 개발해 폭우와 폭설 등 위험 기상에도 대비할 수 있는 예보 모델로 완성하는 데 있다. 기상청은 오는 11월 다시 기술성평가 심의를 받은 후 2019년에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쳐 후속 사업 추진에 지장이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과기정통부는 8월 두 번째 평가 후속사업 평가 항목 중 △국고지원의 적합성만 인정하고 △사업 필요성 및 시급성 등 나머지 3개 항목에 대해 모두 부적합 판정을 내렸는데 앞서 첫번째 평가인 5월에 부적합 판정을 내린 이유와 대동소이했다. 기상청이 보고서를 상당부분 수정했음에도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은 과기정통부가 후속 사업 자체에 부정적인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물론 시한이 정해진 것은 아니어서 11월 심사에 탈락해도 내년에 다시 기술성평가를 받을 수 있기는 하지만 후속 사업 승인 일정이 미뤄지면 사업 진행에 공백이 생길 뿐 아니라 거취가 불분명해진 한수예 연구원들의 이탈에 따른 인력난으로 차질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후속 사업이 최종 탈락할 경우 이미 707억원이 투입된 독자모델 사업마저 반쪽 짜리로 전락하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다. 기상청은 사업 완료를 앞둔 독자모델 개발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자평하지만 전지구모델 만으로는 10일 단위의 중기 예보만 가능해서 정작 국민의 생활에 밀접한 단기 예보에는 무용지물이 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신창현 의원은 “8년간 수백억을 투입한 사업이 위기에 처했는데도 기상청은 부적합 판정에 대해 ‘대규모 정부 사업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안일한 답변만 내놓고 있다”며 “위험 기상예보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큰 위협이 되는 데도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만큼 사업 추진 과정을 투명하게 밝히고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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