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내년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고용, 투자 등 내수 관련 지표에 빨간 불이 켜진 데다 국제기구들도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낮추고 있는 터라 정부로서도 마냥 낙관론을 펼치긴 어려운 상황이다.
14일 기재부에 따르면 김 부총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차 방문한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전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내년 경제 전망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수출과 소비가 나름대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대내외 여건이 악화된 것은 사실”이라면서 “고용 문제의 경우 단기간에 회복되긴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부총리는 현재 2.8%인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 “어려워진 대내외 여건을 감안해 내부적으로 (전망 수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기획재정부는 매년 두 차례 당해 및 이듬해 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한다. 정부는 지난 7월 ‘2018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내년도 실질 성장률을 2.8%로 전망했고, 오는 12월 ‘2019년 상반기 경제전망’을 통해 내년 성장률을 다시 발표한다.
다른 경제기관과 달리 정부가 발표하는 성장률 전망치는 예측치인 동시에 정부가 달성을 약속하는 목표치다. 하지만 미중 통상마찰, 국내 투자ㆍ고용 지표 부진 등으로 기존에 전망한 성장 경로가 흔들리고 있는 데다가, 최근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보다 낮게 수정하고 있어 정부도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IMF는 이달 9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에서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기존 2.9%에서 2.6%로 0.3%포인트 낮췄고, OECD도 지난달 ‘중간경제전망’에서 기존 전망치 3.0%를 2.8%로 0.2%포인트 내렸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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