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군이 지난달 보잉ㆍ사브 컨소시엄에 낙찰한 고등훈련기 교체사업(APT)에 대해 미 의회조사국(CRS)이 우려를 제기했다. 수주 가격이 예상보다 지나치게 낮아 훈련기를 제때 공급할 수 있을지 의회가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또 350대라는 교체 물량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CRS는 14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보잉의 낙찰가는 미 공군이 당초 예상한 사업규모의 절반에 불과했다”며 “낙찰자가 제시한 예산 범위 내에서 정해진 기한에 맞춰 계약을 온전히 이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적시했다.
APT는 미 공군이 1959년부터 사용해온 노후 훈련기 T-38을 2024년부터 2034년까지 교체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미 공군이 예상한 규모는 197억달러(약 22조3,000억원), 시장 예상가는 163억달러(약 18조4,700억원)에 달했지만 보잉이 사실상 덤핑에 가까운 92억달러(약 10조4,200억원)라는 파격적 가격을 제시해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낙찰자로 선정됐다.
이에 따라 미 공군은 우선 훈련기 351대와 지상훈련 시뮬레이터 46대를 도입하고, 추가로 원할 경우 훈련기는 475대, 시뮬레이터는 120대까지 갖출 수 있다. 국산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을 앞세운 한국항공우주산업(KAI)ㆍ록히드마틴 컨소시엄은 사업 초기부터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지만 보잉의 깜짝 저가 입찰에 따른 현격한 가격 차이로 고배를 마셨다.
T-50은 한국 공군은 물론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등에 이미 수출해 운영하고 있는 검증된 기종이다. 반면 보잉ㆍ사브가 제시한 기종은 아직 개발이 마무리되지 않았다. 통상 새로 제작하는 모델은 개발비용 등을 사업비로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가격부담이 커 미 공군의 최저가 입찰 방식에 T-50보다 불리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결과는 달랐다고 CRS는 분석했다.
CRS는 보잉의 낮은 입찰가 외에 “미 공군의 조종사 부족 추세를 감안하면 훈련기 350대를 새로 구입하는 것이 과연 최적인지, 또 훈련기 증가에 따라 정확히 시뮬레이터를 얼마나 늘려야 하는지도 앞으로 의회가 검토할 사안”이라고 제안했다. 아울러 예산제약을 거론하며 “미 공군이 스텔스전투기 F-35와 공중급유기 KC-46, 전략폭격기 B-21 등 최신 기종 개발과 도입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붓는 상황에서 고등훈련기 교체사업까지 추가돼 예산운용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는 것은 아닌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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