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식당 종업원들에게 주는 팁(tip)은 미국의 오랜 전통이지만 여러 불합리한 점 때문에 개선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되어온 문화다. 종업원들의 임금을 안정적으로 보장하고 종업원들간 임금 불균형 등을 해소하기 위해 ‘노 팁(No tip)’을 표방한 식당들도 수년 전부터 속속 등장했다. 하지만 미국민들의 팁 문화는 여전히 견고하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야심차게 노팁을 선언했던 식당들이 고객과 종업원 양측에서 싸늘한 반응과 불만을 얻으면서 하나 둘씩 다시 팁을 받기로 한 것이다.
월스트리저널(WSJ)에 따르면 뉴욕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에 있는 스칸디나비아식 음식점인 에이건은 2년 전 문을 열면서 ‘노팁’을 표방했다. 식당 경영자인 덴마크인 클라우스 마이어는 미국에서 음식점을 차리면서 고국의 노팁 전통도 함께 들여왔다. 팁을 받지 않는 대신 음식값을 정상화하고 종업원들의 급여도 높였지만 장사는 신통치 않았다. 결국 지난 2월 노팁 정책을 포기하고 관행대로 팁을 줄 수 있게 음식값을 약 20% 낮췄다. 이때부터 에이건에 손님이 늘었다. 이 식당에서 일하는 리처드 월시는 “메뉴판에 적힌 높은 음식 가격 때문에 손님들이 단골이 되기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노팁 식당이 팁을 받는 식당들 보다 공식적인 음식값이 비싼 게 걸림돌이었던 것이다. 외국인들에게 팁은 부담스러운 추가 음식 비용이지만 미국민들은 여전히 팁을 음식 가격으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맨해튼 미드타운의 중국 식당 카페차이나와 다른 식당 차이나블루를 운영하는 왕이밍도 1년 넘게 '노 팁' 정책을 실험했다가 최근 팁을 부활했다. 팁을 받지는 않지만 고객 서비스 수준이 높은 일본과 싱가포르에서 거주했던 그는 “좋은 서비스는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지 돈에 좌우돼서는 안 된다”고 여겼다. 고객들이 팁을 얼마 낼지 생각하게 만드는 것도 그에겐 불편한 일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식당의 노팁 정책은 종업원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메뉴 가격을 10% 올리는 동시에 종업원들의 급여를 올렸으나 종업원들이 계속 불만을 제기하고 일부는 아예 식당을 떠난 것이다.
고객들에게 팁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고 종업원들에겐 안정적이고 공정한 임금을 보장하겠다는 게 노팁 정책의 목표였다. 하지만 고객들은 ‘팁이 없어지자 서비스가 떨어지고 가격은 비싸졌다’고 불평했고, 종업원들은 ‘수입이 줄고 바쁜 시간에 대한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고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의 외식 기업인 유니언 스퀘어 호스피탈리티그룹 등은 여전히 노팁 정책을 표방하고 있으나, 미국의 팁 문화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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