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찌개, 나물 등 전통 식단이 고기 위주의 서구식 식단으로 바뀌었고, 외식 산업 발달로 각종 패스트푸드 섭취가 급증했다. 이로 인해 비만 인구도 크게 늘어났다. 이러한 식생활 변화가 당뇨병이나 이상지질혈증 등 만성질환 증가뿐만 아니라 ‘한국인의 암 지형도’도 바꿨다.
대한대장항문학회 산하 대장암연구회와 국립암센터 중앙암등록사업부는 과거와 변화된 한국인 대장암 최근 특성을 발표했다. 김남규ㆍ허혁 세브란스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팀과 오재환ㆍ원영주 국립암센터 교수팀은 중앙암등록본부가 보유한 대장암 환자 32만6,712명을 분석한 결과, 대장암 가운데 결장암 비중이 최근 15년간 1.34배 늘어난 반면 직장암 비중은 3분의 2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대장은 결장, 항문과 연결된 직장(길이 15㎝)으로 나뉜다. 대장암은 대개 가장 안쪽 벽인 점막층에서 나타나기 시작해 점막하층ㆍ근층ㆍ장막층 등 점차 밖으로 자란다. 이 가운데 종양이 점막층이나 점막하층까지 퍼진 상태를 ‘조기 대장암’이라고 한다. 국가 5대 암 검진 사업과 대장내시경 검진 증가로 대장암 조기 발견율이 높아지고 있다.
대장암 발병 부위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전체 대장암 가운데 결장암이 차지하는 비율은 1996년~2000년 49.5%에서 2011~2015년 66.4%로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직장암의 비율은 50.5%에서 33.6%로 감소했다.
김 교수는 “식생활 변화와 비만이 주요 원인의 하나”라며 “적색육ㆍ가공육ㆍ당분ㆍ정제된 곡물 섭취가 많은 서구화된 식생활은 비만과 당뇨병과 관련이 깊고 대장암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여러 연구에서 보고됐다”고 했다.
결장암 발병 부위는 남녀 간 차이가 있었다. 남성은 대장암 중 좌측 결장암 비중이 1996~2000년 23.6%에서 2011~2015년 33.3%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여성은 우측 결장암 비중이 17.7 %에서 25.4%로 늘어났다. 성별에 따른 대장암 발병 부위 차이는 남녀의 식습관 차이, 유전 요인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치료하기 까다로운 직장암 환자의 생존율은 57.7%에서 74.6%로 크게 높아졌다. 복강경ㆍ로봇수술 등 수술 질이 높아지고 수술 전 화학방사선요법을 적극 도입한 결과다. 직장암은 좁은 골반 내 발생해 수술이 어려운 데다 국소 재발률도 높다. 또 치료 후에도 배변을 포함해 후유증이 남아 완치하기 어렵다.
발병률이 높아진 결장암의 생존율은 우측 결장암이 63.1%에서 73%로, 횡행 결장암이 62.1%에서 74.6%로, 좌측 결장암이 64.0%에서 78.35%로 높아졌다. 복강경수술을 많이 시행하게 되면서 수술 시야 확보가 쉬워지고 항암 약물치료법이 발전한 덕분이다.
다만 병기(病期)가 높은 대장암은 생존율이 그리 높아지지 않았다. 대장암 1기~2기초와 2기말~3기 환자의 생존율은 2011~2015년 각각 94.7%, 81.6%로 높아졌지만 간ㆍ폐ㆍ복막 등으로 원격전이가 나타난 4기 환자는 19.6%에 그쳤다.
한편 국내 대장암은 2015년 암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은 2만6,790건이 발생했다. 2016년 대장암 사망자는 10만명당 16.5명으로 폐암, 간암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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