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을 넘어 전방위로 격돌하며 신냉전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아시아인의 73%는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질서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중국을 선호하는 응답은 12%에 그쳐 리더십의 빈곤을 드러냈다.
미국 퓨 리서치센터가 최근 한국, 일본, 필리핀, 인도네시아, 호주의 국민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미국과 중국 가운데 어느 나라가 글로벌 리더가 되는 것이 더 나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73%가 미국, 12%가 중국을 꼽았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13일 전했다. 독일, 캐나다, 브라질 등으로 표본을 늘려 25개국에서 조사한 결과에서는 63%가 미국, 19%가 중국을 선호해 격차가 다소 줄었다.
전세계 평균에 비해 아시아인들의 중국에 대한 경계심과 부정적 인식이 더 크다는 얘기다. 조사대상에서 당사자인 미국과 중국은 제외했다. 캐빈 러드 전 호주 총리 겸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장은 “이번 결과는 참 흥미롭다”면서 “아시아의 모든 국가들이 중국과의 경제관계가 심화하는 상황인데도 오히려 미국의 리더십을 훨씬 더 선호한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중국의 역할과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것에는 대체로 공감했다. 응답자의 70%는 “10년 전에 비해 현재 중국이 전세계적으로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비해 미국을 선택한 응답은 31%에 그쳤다. 브루스 스톡스 퓨 리서치센터 디렉터는 “중국의 역할이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답하면서도 그것이 과연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는 잘 모른다는 의미”라며 “소프트파워의 측면에서 볼 때 중국은 인권을 보호하지 않는다는 부정적 인식이 확산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 ‘어느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더 존중하느냐’는 질문에 51%는 미국, 37%는 중국을 택했다.
국가별로 편차도 컸다. 인도네시아는 아시아에서 중국의 리더십을 가장 선호했다. 다만 고작 22%로 나타나 미국을 선택한 43%의 절반에 그쳤다. 반면 일본은 81%가 압도적으로 미국의 손을 들었고, 중국을 택한 응답은 8%에 불과했다. 25개국 가운데 아르헨티나와 튀니지가 유일하게 미국보다 중국의 리더십을 택했다. 아르헨티나는 35%, 튀니지는 64%가 중국을 선호해 각각 33%, 26%에 그친 미국을 앞섰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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