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내용과 결과는 만족스럽지만 제 경기력은....”
국제축구연맹(FIFA) 5위의 강호 우루과이를 이겼지만 손흥민(26ㆍ토트넘)은 자존심이 많이 상한 듯 했다.
파울루 벤투(49ㆍ포르투갈)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평가전에서 황의조(26ㆍ감바 오사카), 정우영(28ㆍ알사드)의 골에 힘입어 우루과이를 2-1로 잡았다. 우루과이와 1982년 첫 맞대결 이후 7경기에서 1무6패에 그쳤던 한국은 36년 만에 승리를 따냈다.
0-0으로 팽팽히 맞선 후반 20분 황의조가 얻어낸 페널티킥 키커로 ‘주장’ 손흥민이 나섰다. 6만 관중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세계적인 수문장 중 한 명인 페르난도 무슬레라(32ㆍ갈라타사라이)는 킥 위치가 너무 앞이라며 항의하는 등 신경전을 벌였다.
긴장된 순간, 손흥민의 강력한 킥을 무슬레라가 정확히 방향을 읽고 쳐냈다. 하지만 황의조가 득달같이 달려들어 오른발로 마무리하며 그물을 갈랐다.
손흥민은 지난달 코스타리카와 평가전에서도 페널티킥에 실패했다가 이재성(26ㆍ홀슈타인 킬)이 차 넣는 바람에 가슴을 쓸어 내린 적이 있다. 2회 연속 PK 실축은 드문 일이다.
경기 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만난 손흥민은 “골키퍼가 막기 좋은 코스로 제가 잘 못 찬 것”이라며 “계속 생각하면…이런 이야기해도 될지 모르지만...짜증이 나서”라고 말끝을 흐렸다. 이어 “저보다 잘 차는 선수가 있으니 앞으로 안 차려고 한다. 자존심 상하고 기분은 안 좋지만 제가 못 찰 때마다 재성이와 의조가 넣어줘 정말 다행이다. 구사일생”이라고 덧붙였다.
오스카 타바레스(71) 우루과이 감독은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손흥민을 ‘톱 클래스’ 선수라고 칭찬했다. 이에 대해서도 손흥민은 “그런 질문이 나오니 말씀해주신 것 같다”며 “나는 가야 할 길이 많은 부족한 선수”라고 고개를 숙였다.
손흥민에게는 오는 16일 천안에서 벌어질 파나마와 평가전이 올해 마지막 A매치다. 그는 “좋은 경기력과 재미있는 경기 그리고 마무리는 승리로 장식하고 싶다. 올해 월드컵부터 아시안게임, 최근 평가전까지 정말 많은 일이 있었는데 마지막까지 좋은 인상 남기고 내년 아시안컵으로 가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6만4,170명의 관중이 들어왔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 만원 관중이 입장한 건 역대 8번째이자 2013년 브라질과 평가전 이후 5년 만이다.
손흥민은 “너무 감사하다. 제가 좋은 경기력 외에 따로 특별히 해 드릴 수 있는 게 없어 죄송하다. 감사하다는 말로도 부족할 정도”라며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이런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도록 저부터 책임감을 느끼고 소중히 생각 하겠다”고 강조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i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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