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지난 10일 휴대 기기에서 볼 수 있는 새로운 기본 화면을 공개했다. 언론사 뉴스, 각종 콘텐츠를 담은 판 서비스 등으로 빼곡했던 첫 화면을 모두 비우고 검색창과 인공지능(AI) 서비스로 연결되는 둥근 단추만 남기겠다고 발표했다. 언뜻 보면 내용물이 하나도 없는 허허벌판 같다.
앞으로 휴대 기기용 네이버에서 뉴스를 보려면 기본 화면에서 책장을 넘기듯 오른쪽으로 이동해야 다음 화면에 이용자가 미리 설정한 언론사의 기사들이 나타난다. 마찬가지로 기본 화면에서 왼쪽으로 이동하면 네이버 쇼핑으로 연결된다.
여기서 네이버의 고육지책을 엿볼 수 있다. 뉴스 구성의 정치적 편향성, 댓글 조작 논란 등 그 동안 정치권에 시달려온 문제들로부터 벗어나려는 몸부림 같다. 그런데도 기본인 뉴스 서비스를 뺄 수는 없으니 다음 화면으로 미루고 기사 배열도 언론사와 AI에 맡겨 버렸다. 졸지에 뉴스가 네이버에서 먹을 수도 없고 버릴 수도 없는 계륵 같은 존재가 돼버렸다.
물론 정치적 이슈가 개편 배경의 전부는 아니다. 구글 페이스북 등과 벌여야 하는 AI 경쟁도 개편의 주요 배경으로 보인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발표회장에서 이 모든 것을 덮고 기본 화면을 검색 위주로 바꾼 배경을 “검색의 대명사인 네이버가 검색의 본질인 ‘연결’(connect)에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그런데 네이버는 과연 검색 서비스가 맞을까.
한국을 대표하는 검색 서비스를 목표로 출발한 네이버의 지금 모습은 검색 서비스라고 부르기 민망하다. 네이버 검색창에서 검색어를 입력하면 주로 네이버가 제공하는 서비스 위주로 결과물이 나온다. 특히 블로그 등 외부 콘텐츠와 경쟁해야 하는 특정 서비스에서 이런 네이버 편향성이 심하게 나타난다. 즉 네이버 블로그 위주로 검색 결과가 나타나고 외부 블로그 등 다른 콘텐츠는 내용이 알차거나 가장 최신 내용이어도 한참 뒤로 밀려난다.
공교롭게 네이버가 검색의 본질인 ‘연결’을 강조하며 개편 방향을 공개한 다음날인 11일 국내의 유명 블로그 사이트인 티스토리의 포럼에서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네이버 검색을 통해 연결돼 들어가는 유입량이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티스토리는 경쟁사 서비스다. 일부에서는 네이버가 서비스를 개편하며 검색 결과를 자사 서비스 위주로 노출하도록 강화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점이 구글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다. 구글은 검색 결과에서 특정 서비스를 우선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특정 서비스를 홀대하지도 않는다. 검색 로봇이 긁어올 수 있는 결과물은 경쟁사 내용물이든 아니든 가리지 않고 모두 드러내 보여준다.
검색 결과는 뉴스 서비스 못지 않게 가치 중립이 필요하다. 검색 결과가 특정 서비스, 특정 성향의 콘텐츠를 우선 노출하면 뉴스 편집 못지 않게 이용자들에게 왜곡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검색의 본질인 연결에 집중하겠다”는 네이버의 발표에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다. 그것이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공정한 결과보다 가두리 양식장 같은 네이버 서비스에 치우치겠다는 말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검색 결과를 의심받으면 네이버는 뉴스 서비스를 뒤로 돌려도 정치적 이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뉴스를 포함한 검색 결과 또한 네이버 입맛에 따라 정치적 편향성을 띤 것이 아니냐는 문제제기가 충분히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의 검색 결과가 여론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시장 점유율을 보면 알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DMC미디어가 지난달 25일 발표한 국내 포털 시장 점유율에 따르면 네이버는 71.5%를 차지했다.
따라서 네이버가 본연에 충실하려면 기본 화면 개편이 아니라 검색 결과부터 개선해 이용자들로부터 공정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사실 이용자들이 기대하는 것은 외연의 변화보다는 본질이 달라지는 것이다. 결국 네이버의 개편이 성공하려면 이 같은 이용자들의 기대에 얼마나 부응하는지가 관건일 것이다.
최연진 디지털콘텐츠국장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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