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한 수백명 임금인상 요구
아비 아메드 알리(42) 에티오피아 총리가 집무실까지 찾아와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군인들과 함께 팔굽혀펴기를 하며 이들을 달랜 뒤 돌려보낸 사실이 밝혀져 화제다.
BBC방송에 따르면 이 사건이 발생한 때는 10일(현지시간) 오전. 칼라스니코프와 저격용 소총으로 무장한 군인 수백명이 수도 아디스아바바의 총리 집무실 주변을 에워쌓았다. 그러자 인근 도로가 폐쇄되고 인터넷 접속도 불가능해지는 등 경계가 강화됐다. 무장상태로는 총리를 만날 수 없다는 경호원들과 실랑이를 벌인 이들은 결국 이날 오후 알리 총리를 만나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서 총리 면담이 이뤄졌으나 결과는 ‘평화적’이었다. 아비 총리는 무기를 들고 찾아온 병사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 팔굽혀펴기 10개를 명령했고, 병사들과 함께 팔굽혀펴기를 하면서 상황을 끝냈다. 아비 총리는 월급 인상을 요구하는 군인들에게 “예산을 경제개발 목적으로 써야한다”, “한정된 예산에서는 공무원들이 저임금을 감수해야 한다”는 식으로 설득했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위험한 보안위반이자 군 정보기관의 취약성을 드러낸 사건으로 간주했다. 한 전직 장성은 BBC에 “임금인상 요구는 정당했지만, 군인들이 군 규율을 위반했다”면서 “이번 시위는 즉흥적으로 벌어진 일이 아니라 집단이 조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법률 전문가는 “새 총리가 취임한 이후 단행한 개혁조치에 대한 군과 정보기관 종사자들의 불만을 드러낸 것”이라고 풀이했다.
에티오피아 최대종족 오로모족 출신의 아비 총리는 지난 4월 집권 이후 1998년 이래 지속돼온 이웃 에리트레아와의 국경분쟁을 종식시켰고 정치 민주화ㆍ경제 자유화 등의 개혁정책을 내놓으면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살만 사우디 국왕 주재하에 이사이아스 아페웨르키 에리트레아 대통령과 평화협정을 맺어 ‘아프리카의 뿔’로 불리는 이 지역의 긴장을 크게 완화시켰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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