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14일 서울에 모여 전국이주노동자대회를 연다. 사업장 선택의 자유를 사실상 허락하지 않는 고용허가제로 인해 사업주에 예속당하는 이주노동자의 노동 실태를 고발하고, 불법체류 단속 과정에서 매년 사망자가 발생하는 현실을 개선해 달라고 요구하기 위한 목적이다. 성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된 여성 이주노동자나 이주노동자 전반의 열악한 처우 개선도 이날 집회의 주요 이슈 중 하나라고 한다.
1990년대 산업연수생 제도로 시작된 노동 목적의 외국인 한국 이주는 노동3권을 인정하지 않는 이 제도의 반인권적 요소와 적극적인 제조업 취업난 해소를 위해 2004년부터 고용허가제로 바뀌어 이어지고 있다. 건설업 등 이른바 3D 업종의 노동력 부족을 메우기 위해 태국 베트남 미얀마 캄보디아 네팔 등 인력도입 양해각서를 체결한 16개 국가에 허용되는 고용허가제는 우리와 비슷한 처지인 일본과 비교해도 선도적인 노동력 확보 정책인 것은 분명하다. 정부가 “성공적인 이주 관리 제도”라고 자평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문제는 이 제도가 여전히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노동력 확보에만 치중했지 당사자인 노동자 인권에는 무심하다는 점이다. 이주노동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지목하는 고용허가제의 문제점은 이들이 사업장 이동을 원할 때 기존 사업주의 허락을 받도록 하는 부분이다. 사업주가 흔쾌히 허락해 줄 리 만무한 데다, 설령 허락해 준다 해도 금품 등 부당한 요구가 비일비재하다. 이를 견디지 못해 자살하는 이주노동자가 끊이지 않으니 “노예화”라는 지적이 틀리지 않다. 당장 고용허가제 폐지가 어렵다면 사업장 이동의 폭을 넓힌다거나 악덕 사업주 감시 체계를 강화해야 마땅하다.
저출산∙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갈수록 감소하는 추세에서 이주노동자 확대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내국인 노동자와 동등한 수준으로 이들의 인권과 노동권을 보장해야 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불법체류자를 겨냥한 것이지만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현실에는 눈 돌린 채 그들을 규탄하기만 바쁜 일부 노조단체의 행동은 이주노동자 차별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이주노동자를 함께 일하고 나누는 동료로 인식하는 시민의식도 더 성숙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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