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는 더 이상 전문 작가의 전유물이 아니다. 웹툰, 그중에서도 일상을 소재로 한 ‘일상툰’은 이제 일반 작가와 전문 작가의 경계가 희미해졌다. 육아부터 요리, 반려동물까지 일상을 작품으로 만드는 일은 누구에게나 의미 있는 작업. 최근엔 일상툰 그리기를 취미로 삼는 사람도 부쩍 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에 ‘인스타툰’을 그리며 강의도 하는 오영은(‘수영일기’), 이수경(‘몽냥툰’) 두 작가에게 수강생들이 자주 하는 질문에 대해 물었다.
Q. 그림 실력이 형편 없습니다.
A. 동그라미, 세모, 네모를 그릴 수 있다면 누구나 일상툰에 도전할 수 있어요. 원을 그리면 얼굴이 되고, 그 안에 눈 코 입을 붙이고, 거기에 대사를 넣으면 만화 한 컷이 됩니다. 그림이 화려해야 한다는 부담은 떨쳐버리세요. 오히려 못 그린 그림에서 친근감을 느끼는 독자도 많아요. 캐릭터의 매력, 소재의 재미, 전달력의 유무가 그림 실력보다 중요합니다.
Q. 비싼 장비가 부담스러워요.
A. 초보자는 종이, 연필, 지우개, 색연필이나 수채화물감 같은 채색 도구만 있으면 충분합니다. 처음에는 종이에 그려 사진을 찍거나 스캔해 SNS에 올리는 분들이 많죠. 태블릿 컴퓨터(PC)인 아이패드를 이용해 그리는 방법도 흔하고요. 전문가들은 보통 타블렛(컴퓨터에 연결해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해주는 입력 장치)을 많이 쓰는데 이런 장비가 없어도 그리기엔 문제가 없습니다.
Q. 초보자가 하기 쉬운 실수가 있나요.
A. 전문가도 캐릭터의 일관성을 유지하기가 힘들어요. 그래서 초반에 캐릭터 생김새나 성격을 확실하게 정의한, 가상의 프로필을 만든 뒤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안 그러면 뒤로 갈수록 소위 말하는 ‘작붕(작화 붕괴)’에 맞닥뜨리게 돼요. 대화하는 장면에 필요한 말 풍선 달기도 많이들 어려워합니다. 말 풍선은 독자가 글을 읽는 순서인 왼쪽에서 오른쪽, 위에서 아래로 넣어야 합니다. 또 일상툰은 스토리를 중요하게 여기는 만화가 아니기 때문에 한 컷에 텍스트가 너무 많이 들어가는 것은 지양해야겠죠.
Q. SNS에 사진을 찍어 올리는 것과 차이가 있나요.
A. 그림은 사진과 달리, 내가 편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인스타그램에서 특정 맛집에 해시태그(#)를 달아 검색하면 비슷비슷한 사진이 수없이 나오죠. 하지만 똑같은 장소라 해도 그것을 그림으로 그리면, 여기에 내 시선과 감정이 입혀지면서 진짜 ‘나만의 것’이 되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Q. 제 일상은 소재로 쓰기 지극히 평범해요.
A. 일상툰은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아침에 커피 한 잔을 마실 때의 느낌, 오늘 내가 가본 ‘최애’ 빵집, 앉은 자리에서 과자 한 봉지를 다 먹었을 때의 죄책감 같은 사소한 순간과 느낌이 곧 소재가 됩니다. 내 일상을 관찰하고 계속 기록하다 보면 ‘아,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하고 알게 되는 뜻밖의 소득도 얻을 수 있을 거예요. 그 지극한 평범함이 수 많은 공감을 부르는 힘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세요.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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