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에 몇 번이나 프로축구(K리그) 경기장에 가시죠?”
“주로 주말에 갑니다.”
“너무 편하게 일하시네요. 야근을 밥 먹듯 하는 국민들 앞에 부끄럽지도 않습니까?”
“K리그는 주말에(때로는 주중 수요일도) 열려서...나머지 날은 선수 컨디션 체크, 전력 분석도 합니다만…”
가상의 국정감사 모습 한 토막을 상상해봤다.
대한축구협회 직원들은 선동열 야구대표팀 감독이 국감에 출석한 모습을 보며 “남의 일 같지 않다”고 한다. 만일 축구대표팀이 러시아 월드컵 마지막 경기에서 독일에 극적인 승리를 거두지 못했거나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하고 돌아왔다면? 선 감독 대신 신태용 전 국가대표 감독이나 김학범 23세 이하 축구대표팀 감독이 더듬거리는 모습을 봐야 했을지 모른다.
적지 않은 국민들은 이번 국감을 통해 선동열 감독이 (명단 발표 전) 오지환을 뽑지 않겠다고 말했다가 갑자기 입장을 바꿨다거나 어떤 구단이 코치를 통해 특정 선수 선발을 줄기차게 요구했다는 의혹이 어느 정도 해소되지 않을까 기대했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회의록 유무를 따지고 2017시즌 기록을 놓고 선발 배경을 추궁하는 의원들의 질문은 빈곤했다. 연봉이나 출근 횟수를 캐물어 감독을 망신 주겠다는 빤한 의도에는 염증이 느껴졌다. 1973년 만들어진 병역 특례 제도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입법기관인 국회의 역할을 고민하는 모습도 없었다. ‘국민 욕받이, 오지환에서 손혜원으로 교체’라고 비아냥대는 댓글에서 보듯 국회는 오히려 거센 역풍을 맞았다.
체육인들은 이런 일이 반복될 때마다 “왜 툭하면 정치가 스포츠에 개입하느냐” “언제까지 정치인들에게 이용당해야 하느냐”고 혀를 찬다. 그러나 분통을 터뜨리기에 앞서 스스로를 되돌아볼 필요도 있다.
일반 여론은 스포츠의 공정성이 훼손되거나 땀의 대가가 무시될 때 폭발한다. 이번 야구대표팀 사태 역시 몇몇 선수 선발이 객관적이지 않았다고 많은 사람이 의구심을 품는 데서 촉발됐다. 체육인들이 시대의 흐름을 못 읽고 짬짜미, 나눠 먹기, 제 식구 챙기기 같은 악습을 되풀이할 때 비난 여론은 들불처럼 번지기 마련이고 일부 정치인들은 바로 이 틈을 파고든다.
체육인들부터 스포츠의 생명과도 같은 공정성을 금과옥조처럼 여긴다면 체육계를 ‘먹잇감’ 삼으려는 정치인들의 설 자리는 자연스럽게 좁아진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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