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물으려 현관문을 두드린 흑인 학생을 강도로 오인해 집 주인이 총을 쏜 사건이 미국에서 발생했다. 사건 당시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이 공개되면서 인종 차별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집 주인인 백인 남성은 살인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1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4월 12일 오전 미시건주 로체스터힐스의 한 단독주택 앞에서 발생했다. 흑인 학생 브레넌 워커(14)는 통학버스를 놓친데다, 마침 휴대폰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는 학교 가는 길을 물으려 인근의 주택 현관문을 두드렸다. 퇴직한 백인 남성 소방관인 제프리 지글러의 집이었다.
그러나 문을 연 지글러의 부인은 워커를 강도로 오해하고, 비명을 질렀다. 이 소리를 들은 지글러는 엽총을 들고 현관 밖으로 달려나갔다. 워커가 깜짝 놀라 도망치기 시작하자, 지글러는 워커가 달아난 쪽으로 총을 겨눈 뒤 총알 한 발을 발사했다. 다행히 총알은 워커를 비껴갔다.
해당 장면은 지글러의 집 현관에 달린 CCTV에 고스란히 찍혔다. 영상은 9일 열린 1심 재판에서 배심원들에게 공개됐다. 워커는 이날 “너무 무서웠다. 나는 그저 학교 가는 길을 물어보려 했던 것뿐”이라며 “그러나 (지글러의 가족은) 내 말을 듣지 않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워커의 어머니는 이번 사건에 인종차별적 요소가 개입돼 있다고 주장했다. 지글러가 ‘흑인은 범죄자’라는 인종적 편견에 갇혀 이런 짓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반면 지글러는 과잉대응을 인정하면서도, 특정 인종에 대한 편견이 사건의 원인은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지글러의 변호사는 이날 “지글러 부부는 과거에도 다섯 차례나 강도와 절도 피해를 당한 경험이 있다”며 “인종은 이번 사건의 판단 요인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지글러는 또 손가락이 미끄러져 실수로 방아쇠를 당긴 것으로, 고의는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원모 기자 ingodzo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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