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호 게이트’ 수사기밀 유출 의혹을 받고 있는 현직 고위 법관이 원정도박 혐의로 기소된 프로야구 선수 임창용 오승환씨 재판에 개입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법원은 이를 뒤늦게 적발하고 법관징계법상 가장 낮은 징계를 내렸다.
대법원 법관징계위원회는 4일자로 임성근(54) 서울고법 부장판사에게 견책 처분을 내렸다고 12일 밝혔다. 임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로 재직하던 2016년 1월 임씨 등 사건에 부당하게 개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은 마카오 카지노에서 각 4,000만원 상당의 바카라 도박을 한 혐의로 임씨 등을 벌금 7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사건을 담당한 김모 판사는 사건을 정식 재판에 넘겨야 한다고 보고 공판절차 회부에 대한 종국보고를 했는데, 임 부장판사가 막았다.
임 부장판사는 법원 사무직원 주모 과장에게 결정문 송달 등 후속 절차의 보류를 지시하는 한편, 김 판사에게 “다른 판사들의 의견을 더 들어보고 처리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회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김 판사는 같은 날 오후 임씨 등에게 각 벌금 1,0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단순도박 혐의는 벌금 1,000만원이 법정 최고형이다.
대법원은 임 부장판사가 사법행정권의 정당한 범위를 벗어나 직무상 의무를 위반했다며 서면 훈계에 해당하는 견책 처분을 내렸다. 이에 대해 임 부장판사는 “담당 판사의 결정대로 공판절차에 회부해도 결국 벌금형을 선고할 수밖에 없는 사건이어서 조언을 한 것이고, 벌금액수 등 사건 결론에 대해서는 어떠한 언급이나 지시도 없었다”라며 불복의 소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별개로 임 부장판사는 2016년 ‘정운호 게이트’ 법조비리 사건에 일부 판사가 연루되자 영장전담판사를 통해 검찰 수사기밀을 빼돌렸다는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바 있다. 대법원은 “이번 법관 징계 처분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의 조사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수사기관의 수사와 직접 관련 없이 별개로 절차가 개시돼 이뤄졌다”고 밝혔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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