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개가 넘는 조선업 사업장들이 정부의 ‘4대보험 체납 처분 유예 조치’를 악용해 근로자를 국민연금 체납자로 만든 것과 관련,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피해자를 구제하겠다”고 11일 밝혔다.
박 장관은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근로자가 국민연금을 제대로 납부한 기간에 대해서는 납부기간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조선업 근로자 4대 보험 체납 피해 문제를 지적했다.
정부는 조선업이 위기에 봉착하자 2016년 7월 조선업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고 4대보험 체납 처분을 유예했다. 이에 따라 사업주가 4대보험을 납부하지 않아도 압류 등 강제징수 조치를 하지 않았다. 국민연금 체납에 대한 처분은 2017년 12월까지 유예됐고, 건강보험과 고용보험, 산재보험에 대해서는 현재도 유예 중이다.
하지만 많은 사업주는 처분 유예 조치를 악용해 근로자에게 4대보험료를 원천 징수하면서 납부는 하지 않았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처분 유예 혜택을 받았던 사업장 2,289개 가운데 1,102개는 체납액을 그대로 남기고 사업장을 폐쇄했다. 체납액은 134억원에 달했다. 폐쇄 사업장이 올해 들어 104개가 더 생기면서 체납액은 190억원으로 늘었다.
회사가 보험료를 걷어놓고도 납부 의무를 저버린 사례지만 현행법상 근로자는 체납자로 분류되고 체납 기간에 대해서는 국민연금 가입 기간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등 불이익을 당한다. 가입 기간을 인정받지 못해 노후 연금액이 줄어들거나 최악에는 최소 가입기간(120개월) 부족으로 연금을 수령하지 못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윤 의원은 “이낙연 총리가 지난 5월 이런 역작용을 보고받고 조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금까지도 필요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근로자가 이미 납부한 보험료에 대해서는 정부가 체납액을 대납하고 사업주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안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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