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남북 군사력 평가 방법을 기존 정량 평가에서 정량ㆍ정성 병행 평가로 전환키로 했다. 보다 실제적인 군사력 비교를 위한 것이지만, 정성 평가를 위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오히려 객관성이 떨어지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국방부가 11일 국회 국방위에 제출한 ‘2018 국방백서 작성계획’이란 제목의 국감 자료는 “남북 군사력 현황은 정량적 평가만을 제시해 북한의 군사력이 압도적 우위에 있는 것처럼 표현했다”고 밝혔다. 이어 “육군과 공군의 첨단무기 도입과 정밀타격 능력 향상, 해군의 이지스구축함, 유도탄고속함과 같은 최신 함정 도입 등 우리 군의 실제 능력이 반영되지 않은 평가”라고 지적했다. 남북 군사력을 숫자로만 비교하다 보니 북한이 우위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만큼 성능 측면의 평가를 더해 객관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예컨대 2016년 국방백서에 따르면 남측 해군 전투함정수는 110여척, 북측은 430여척이다. 숫자로만 따지면 북한이 해군력 우위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우리 해군이 이지스구축함 3척을 보유하고 있는 등 해상 전투력 우위에 있는 만큼 이를 반영할 수 있는 지표를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12월 내로 발간될 예정인 2018년 국방백서에는 북한군의 군종 별, 병종 별 군사위협을 정량ㆍ정성적으로 재평가한 결과를 수록한다는 계획이다. 또 북한 경제와 사회분야 취약성을 포함해 북한군의 전쟁지속 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결과도 반영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성 평가 도입 시 오히려 객관성이 흐트러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대영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 무기체계가 노후화됐다고 해서 그 무기가 쓸모 없는 것은 아니다”며 “정성 평가의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오히려 북한 군사력 평가가 왜곡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정성 평가가 향후 있을 수 있는 남북 간 군축협상에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정성 평가 도입으로 남측 군사력이 우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면 군축협상에서도 남측이 잃을 게 많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이번 국방백서 발간 시 북한이 개발한 핵무기 추정치를 포함한 ‘특별 부록’편도 함께 낼 계획이다. 2016년 국방백서는 북한 핵 능력과 관련해 “플루토늄 50여kg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적었지만 핵무기 수량은 표기하지 않았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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